[이 영화 속 그 음악] ‘밀정’의 비장함, ‘매그니피센트 7’의 화려함은 이 음악에서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 음악 뭐지?’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말고, 조심스레 스마트폰을 꺼내 음악 검색을 시작했다. 적재적소에서 음악을 잘 살린 영화 하나는 훌륭한 음악 추천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최근 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과 추억을 불러일으킨 서부영화 ‘매그니피센트 7’(감독 안톤 후쿠아)의 음악이 이 중 하나다. 관객들은 극장을 나서면서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한 곡 이상은 제대로 건지게 될 것이다.

▶‘밀정’의 비장함, 1920년대 음악이 열쇠= ‘밀정’의 주인공 이정출(송강호)을 이쪽도 저쪽도 아닌 ‘회색분자’로 만들어 버린 것은 탁하고 우울한 1920년대라는 시대였다. 줄거리나 인물의 심리 상태는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데, 배경에 깔리는 음악에는 흥겨운 춤곡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대비 효과’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의 미장센 뿐만 아니라 음악도 ‘스타일리시’하게 잘 쓰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병우 음악감독과 함께한 ‘장화, 홍련’(2003), 장영규 음악감독과 작업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은 음악이 특유의 영화적 분위기와 시너지 효과를 낸 작품들로 손꼽힌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 속 음악에 대해 “1920년대 지구 반대편의 풍족하고 좋은 시대의 나라에서 온 음악들인데, 우리나라는 그때 불행했었다”라면서 “그 음악들과 우리나라의 모습을 오버랩하면 더욱 비극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밀정’에 사용된 곡은 ‘춤곡’들이 많다. 1920년대 미국의 스윙재즈곡인 루이 암스트롱의 ‘웬 유아 스마일링(When You‘re Smiling)’은 상해에서 경성으로 돌아온 의열단원들이 가차없이 일본군에 의해 검거되는 모습을 나열한 장면에 깔린다. 독립운동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장면에서 태연하게 흘러나오는 재즈는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성을 배가하는 효과가 컸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루이 암스트롱과 같은 명곡들을 쓰려면 한 곡당 몇백만 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내야 해 웬만한 한국영화에서는 쓰기 어렵다”라며 “(한국영화에 처음 제작투자한) 워너브라더스의 뒷받침이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정출이 일본 관료들과 친일파들이 모인 연회 장소에서 폭탄을 터뜨릴 때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1920년대에 작곡한 발레곡 ‘볼레로(Bolero)’가 흘러나온다. ‘볼레로’는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해 10분 넘도록 여러 다른 악기에 의해 단 하나의 악곡이 반복되다가, 점점 고조되어 마지막에 ‘한 방’을 터뜨리는 구조를 갖춘 곡이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볼레로’가 영화의 폭발 장면에 덧입혀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해소되는 효과를 만들었다. ‘킹스맨’(2015)의 폭발 장면에서 터져 나온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연상되는 장치이기도 했다.

‘밀정’ 마지막 장면부터 엔딩크레딧까지 이어주는 ‘슬라브무곡 Op.72 No.2’는 체코 출신 작곡가 안톤 드보르작의 곡이다. 동유럽 민족적 정서와 선율이 강하게 베어 있는 이 곡으로 인해 비로소 ‘대놓고’ 비극적인 분위기로 ‘밀정’의 정서를 매듭짓게 된다. 


▶‘매그니피센트 7’의 엔딩, 다시 서부개척시대로= ‘서부영화의 감성’은 3분의 1은 총, 3분의 1은 말,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음악이 채운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960년 제작돼 서부영화의 전설이 된 ‘황야의 7인’이 반세기가 넘어 ‘매그니피센트 7’로 리메이크돼 돌아왔다. 배우도 감독도, 캐릭터도 꽤 많은 부분 바뀌었지만 음악은 그대로다. 그래서 아무리 액션이나 스토리가 매끄러워졌대도 날것 같은 감성이 아직 살아있다.

1960년 작 ‘황야의 7인’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는 엘머 번스타인의 작품이다. 엘머 번스타인의 음악은 ‘서부영화풍’ 음악의 고전을 만들었다. 액션 배우들의 남성스러움, 광활하고 아름다운 미국 서부의 풍광, 말에 올라탄 채로 총격전을 벌이는 스피디한 장면 등을 모두 어우러지게 하는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편성이 큰 교향악이나 멕시코의 민속 음악 등이 결합해 화려하고 독특한 음악이 나타났다. 


2016년의 ‘매그니피센트 7’의 음악은 영화음악 역사상 가장 앨범이 많이 팔린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담당했던 대가 제임스 호너가 맡았다. 엔딩곡은 엘머 번스타인의 메인 테마곡을 그대로 썼다. 경쾌하고 흥겨운 엔딩곡이 ‘매그니피센트 7’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제임스 호너는 지난해 자신이 몰던 경비행기가 추락해 세상을 떠나 ‘매그니피센트 7’이 유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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