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여진, 안전은 없다 ①] ‘곳곳 금 쩍쩍’ 주민 불안…”작은 여진에도 건물 큰 손상“

-21일에도 규모 2.9 여진 다시 발생…여진 공포 계속

-“규모 2.0 여진도 반복되면 건물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도 있어 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여진은 계속됐다. 기상청은 21일 오전 3시 36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점에서 규모 2.9의 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발생한 규모 4.5의 여진 이후 가장 강한 지진이다. 기상청은 이번에도 지난 12일 발생했던 5.8 규모의 지진으로 인한 여진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이번 여진의 진앙지도 지난 12일 지진의 진앙지 인근이었다”며 “여진은 최소 2주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은 혹시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모가 작더라도 여진이 계속되면 건물 붕괴 등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경북 경주시에 거주하는 조모(47) 씨는 집앞 담장에 균열이 생기면서 여진 공포에 잠을 설치고 있다. 담장과 연립주택에 균열이 생기자 주민들이 이를 신고했고, 지자체에서 나와 안전조사까지 했다. 담당 공무원은 “벽에 균열이 생겼지만, 안전에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조 씨는 “여진이 계속되면서 날마다 균열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며 “어느 날 갑자기 집이 무너질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여진이 계속되면서 건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 12일에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큰 균열 등이 보이지 않아 건물이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도 내부에서는 피해가 축적되고 있을 수 있다”며 “건물 내부에 축적된 에너지가 한순간에 붕괴 등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사진= 기상청은 21일 오전 3시 36분 규모 2.9의 여진이 경주 남남서쪽 8㎞ 지점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지진 이후 발생한 여진만 현재까지 409회에 달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역시 “2.0에서 3.0 사이의 여진이 건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계속된다면 건물 안전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분명 있다”며 “특히 활성단층 선상에 있는 건물들은 피해 정도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 지금까지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규모를 따져봤을 때 이번 경주 지진도 여진이 수개월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여진이 발생한 19일에만 도로 균열 등 피해 신고가 11건 접수됐고, 현재까지도 건물 외벽 균열 등 피해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 지자체도 나서 균열이 생긴 건물에 안전선을 두르는 등 언전 조치에 나섰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접수된 건물 등에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주요시설에 대한 피해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진 문자도 제때 보내지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겠느냐”며 아직 여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앙지 인근 주민 송모(61) 씨는 “도로 이곳저곳 갈라진 곳이 많지만, 아직 조사조차 오지 않은 곳이 많다”며 “갑자기 땅이 꺼질까 무서워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이번 여진 횟수만 보더라도 지난 7년 동안 일어났던 지진 수보다 많다”며 “단층을 따라 추가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어 당장 보이는 곳만 점검할 게 아니라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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