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여진, 안전은 없다 ②] [단독] 경부선 KTX 노선 부근서 지진 빈발…“우선적 대비 필요”

-내륙지방 지진 진원, 경부선 KTX ‘대전~대구’, ‘포항~울산’ 노선 주변에 밀집

-2000년부터 전국 KTX 교량 내진기준 5.5→6.0 상향…여전히 32% 기준 미달

-연구진, “내진설계 및 보강 소요 예산, 위험 지역에 우선 투입돼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기상 관측 사상 최고 수준인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 부근에서 발생한 후 일주일만에 규모 4.5 등 40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며 대한민국 전체가 ‘지진 포비아’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규모 지진 발생 약 6개월전 남한 내륙 지역 가운데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점이 경부선 고속철도(KTX) 노선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엄진기 철도기술연구원 연구원과 허태영 충북대 정보통계학과 교수 등이 작성한 ‘한반도 지진 발생 취약 지역에 따른 한국고속철도 노선 위험 관리 구간 결정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남한지역의 지진 발생 패턴은 군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분석 결과 KTX 경부선에서 이 같은 군집이 발견되며, 특히 울산~부산구간 52㎞구간이 지진 위험도가 높아 철도시설물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 KTX 노선도와 지진발생지. [사진출처=한반도 지진 발생 취약 지역에 따른 한국고속철도 노선 위험 관리 구간 결정에 대한 연구]

연구진은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1978년 8월부터 2014년 4월까지의 지진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지진발생빈도를 분석했다. 총 1110개의 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KTX가 설치된 대한민국 내륙지방의 경우 총 384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규모 2 이상 3 미만은 178회(46.4%), 규모 3 이상 4 미만은 183회(47.7%), 규모 4 이상 5 미만은 19회(4.9%), 규모 5 이상은 4회(1%)였다. 연구진은 “내륙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강원도 태백을 제외하고는 경부선 KTX 노선이 지나는 대전~구미~대구 지역과 포항~울산 지역에 밀집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얼마전 발생했던 지진의 양상을 살펴보면 논문상의 지적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지난 12일 경주 남남서쪽 8~9㎞ 지점에서 잇따라 발생한 규모 5.1, 5.8 지진과 지난 19일 경주 남남서쪽 11㎞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여진의 진앙은 모두 KTX 노선에서 300~8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거나 진원의 깊이가 지표면에 더 가까운 상황에 KTX 열차가 지나갔다면 대규모 인명피해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논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KTX 노선이 대규모 지진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상청이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전국 KTX 교량 160개 가운데 32%(52개)가 해당 규모의 지진에 맞춰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속철도 교량은 지난 2000년부터 규모 6.0 지진에도 버틸 수 있게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이 개정됐다. 

남한 내륙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강원도 태백을 제외하고는 경부선 KTX 노선이 지나는 대전~구미~대구 지역과 포항~울산 지역에 밀집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진으로부터 KTX 운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졌다. [사진출처=위키백과]

최근 개통된 호남선 KTX의 경우 해당 기준에 맞춰 설계됐지만 먼저 개통된 경부선 KTX는 기존 규모 5.5에 맞춰 설계됐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KTX 교량 보강 공사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지만 예산 문제로 1단계 개통구간인 서울~대구 노선에만 우선적으로 완료됐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2단계 구간인 대구~부산 노선에 대한 공사는 예산에 맞춰 올해 들어서야 시작됐다.

교량 보강 공사가 2018년이 되어서야 끝나는 만큼 시점을 앞당겨야한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경주 지역 고속철도 교량 7곳 중 2곳이 내진설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연구진은 내진설계 및 보강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지진에 취약한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사업비가 투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궤도, 노반, 교량 및 터널 등으로 구성된 철도 시설물은 지진에 취약한데다 고속으로 운행하는 KTX는 지진발생시 탈선에 따른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고 승객의 사망 및 부상에 따른 사고 위험도가 크다”며 “지진발생 위험도를 조기에 분석해 열차탈선 및 화재와 같은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 보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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