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가능성 커진 한진해운…해운업계 “파산만은 막아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지 3주가 넘었지만 물류대란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화물 수송이 지연되면서 화주들이 이탈하고 물류망이 무너지면서 한진해운의 존속 가치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해운업계에선 “물류대란 방치는 한진해운을 청산하기 위한 정해진 각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법원,한진해운‘파산’가능성 언급=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한진해운이 이대로 가면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언급했다. 법원 측은 정부와 채권단 한진 측 모두 한진해운을 이끌고 갈 의지 자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법원은 DIP(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 형태의 자금 지원(1000억원)을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안이 잘 안보인다”며 “지금 현재로선 파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는 ‘대주주 책임’이라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원키로한 1000억 중 400억을 투입한 뒤, 600억원의 추가 지원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답을 못찾은 상태다.

법원에 따르면 배를 빌려쓰는 비용인 용선료는 하루에만 24억원가량 쌓이고 있고, 하역비만 해도 애초 추산했던 1700억원에서 불어나고 있다. 물류대란이 장기화되고 화물 운송이 지연되면서 화주들의 손해배상청구도 줄잇고 있다. 이 금액만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화물 운송 지연이 한달이상 지연되면 소송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당장 물류대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소송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화물가액은 약 140억달러(15조6000억원)에 달한다.

▶자금지원無…청산 가능성 점점 커져=물류대란이 장기화되면서 회사의 청산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해운사가 가장 중시하는 화주들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특히 한진해운이 운영해온 정기선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시간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선 운항은 정시성이 가장 중요한데 한진과 한국 정부가 그 원칙을 깨뜨린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몇십년 동안 쌓은 화주와의 신뢰가 한순간 무너졌다”고 말했다. 화주뿐 아니라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 압류, 용선주들의 선박 회수, 해운동맹 퇴출 등이 이어지면서 정상 영업도 불가능해진 상태다.

장기적인 후폭풍도 예상된다. 법원이 만일 청산을 결정하면 그 순간 모든 영업이 중단되고 채권자들은 돈을 회수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소송이 줄이을 게 뻔하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일 회생으로 가면 계획안에 따라서 회생 채권자도 얼마간 채권 회수가 가능하지만, 청산으로 가면 저당권자가 우선 변제되고 회생 채권자는 변제받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고 설명했다. 회생으로 가면 한진해운은 밀린 채권을 갚아야 해서 버겁지만, 채권자들 입장에선 차라리 회생이 낫다는 얘기다.

▶업계 “물류대란 방치, 정해진 각본”=업계에선 정부나 채권단, 한진 측이 일부러 물류대란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물류대란은 정기선의 특성을 알고도 정부나 채권단, 한진그룹 측이 방치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며 “애초 청산을 염두에 두고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대란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영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경영 실패에 대해 구조조정의 본보기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게 문제”라며 “당장 물류대란을 수습 못하고 청산가치가 높아진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각지에서 클레임이 제기되고 결국 코리아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이런 식으로 아무 조치 없이 시간이 흐르면 회사의 청산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며 “정부, 채권단, 한진 어느 누구도 자금 수혈을 안하고 방치하면 어떻게 회사가 회생할 수 있겠느냐”고 허탈해했다.

조민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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