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봉제 라스베가스 봇물 왜?

[포커스]봉제 라스베가스 봇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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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에 새로 둥지를 튼 한인운영 봉제공장에서 종업원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라스베가스로 이전하는 한인 봉제공장들이 급증하고 있다. 10개월 넘게 10곳에 불과했던 업체수는 불과 석달도 안돼 20곳으로 두배나 늘었다.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석달 사이 LA에서 새롭게 터전을 옮긴 봉제 노동자수도 300명에 육박하고 있다.

9월 들어서는 봉제 인력이 매주 30명 넘게 라스베가스로 이전하고 있다. 연말이면 50개 업체 1000명 이상, 내년 말이면 이 보다 2~3배 이상의 인력이 미국산 의류를 생산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 이전 급물살 왜?

지난해만 해도 미국산 의류의 새로운 생산지로 떠올랐던 텍사스주 엘파소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라스베가스가 대세로 자리잡은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인 장점을 꼽을 수 있다. 270마일 가량 떨어진 라스베가스는 급한 생산 주문의 경우 3~4일만에 만들어 당일 배송도 가능한 지역이다. 주문부터 의류 업체 창고에 입고까지 1주일이 채 안걸리는 일정이다.

생산 품질에 대한 문제도 이전 초기 부터 거의 없었다.

현지인들을 교육해 생산성이 LA에 비해 60~70%에도 못미쳤던 타 지역과 달리 라스베가스는 LA에서 이미 10년 안팎의 근무 경력을 갖춘 숙련공이 이주해 생산에 참여했다.

물론 이주 초기 6개월 이상 숙련공 부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긴 했지만 현재 20여곳의 업체 대부분이 LA에서 운영하던 수준인 평균 20~30명의 봉제 숙련공을 확보해 공장을 운영중이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숙련공이 100명이 넘는 공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이 공장을 직접 방문했을때는 40명에 불과하던 것과 비교하는 석달 사이 두배 이상 숙련공이 늘었다.

LA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아파트 임대료를 비롯해 전반적인 물가가 크게 낮은 라스베가스의 생활 환경에 대한 소문이 이미 이전한 봉제 숙련공들의 입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게 컸다.

차고 넘치는 생산 주문

라스베가스 이전을 계획하는 상당수 봉제 업주들이 숙련공 부족과 함께 생산 주문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를 고민했다.

여전히 숙련공 추가 확보는 숙제로 남아 있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 생산 주문은 LA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는 것이 라스베가스 봉제 업계의 이야기다. 통상적으로 비수기인 9월에도 대부분의 공장들의 일감이 넘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노동법 문제다. 봉제 공장이 노동법 문제로 고발을 당했을때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청 업체인 의류 도매 업체까지 이어지는 연대책임 조항인 캘리포니아의 AB633조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네바다주로 이전한 봉제 공장들은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당연히 일감을 주는 원청 업체 입장에서 속 편하게 생산을 맡길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1~2개월 사이 LA지역 대형 업체 ‘A’사와 중견 업체 ‘D’사, ‘P’사를 비롯한 나름 규모가 있는 의류 업체의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더욱이 신규 주문을 주는 중견 업체들이 그동안 중국 등 해외에서 대부분 수입해 제품을 도매로 공급하던 업체라는 특징도 있다.

대형 의류 소매 업체들의 빠른 납품 및 미국산 선호 현상에 발맞춰 미국 생산을 고민하던 중견급 이상 업체들에게는 라스베가스의 한인 봉제 공장이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라스베가스 한인 봉제 업계는 아직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탓에 대규모 주문을 주로 하는 업체가 급하게 500장 미만을 요구할 경우에는 이를 납기일에 맞춰 간혹 생산해 주고 있지만 아직 소규모 주문을 소화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협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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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한인 봉제 업계는 업체수도 많지 않다 보니 아직까지는 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이다.

우선 개별 업체들이 기존 거래처의 주문을 직접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생산 주문은 협회를 통해 받고 있다.

단 협회장은 해당 주문을 소화하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사전 조치다.

협회를 통해 받은 주문은 이전한 20여곳의 업체의 성격과 생산 능력에 맞춰 고르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업체수가 크게 늘어난다면 주문과 생산 분배 과정에서 여러가지 잡음도 나올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사후 문제를 줄이기 위한 협회 차원의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물류 역시 서로 돕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업체가 납품을 위해 LA로 갈 경우 트럭에 비어있는 공간을 B나 C업체가 나눠쓰는 방식이다. 물론 일정 비용은 지불하지만 직접 운송을 할때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LA에서 라스베가스로 돌아오는 트럭에도 원단이나 생산에 필요한 각종 부자재를 함께 실어다 준다.

단순히 봉제 업체들끼리만 협업에서 끝나지 않았다.

생산 주문을 받기 위해 의류 업체와 협의를 진행할 때도 현재 최종 납품지인 대형 유통 업체들의 단가 인하 경쟁 등 주변 여건에 맞게 단가를 조정한다.

의류와 봉제 업체간 불필요한 단가 싸움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가격대에서 납품가를 정하고 이를 제날짜에 납품하는 원칙을 협회가 주도해 진행하고 있다.

신규 이전 업체에 대한 자문과 지원도 아직 작지만 강한 협회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전히 까다로운 규정 탓에 새롭게 공장을 임대해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3달 가량이 필요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협회측은 이미 여러 건물주들과 봉제 공장에 필요한 기본 설비를 지원해 최 단시간에 입주해 공장을 운영 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미 1만SF~2만SF 가량 공장을 임대한 초기 이전 업체의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서브 리스하는 방식도 제안하고 있다.

이 경우 추가 시설물에 대한 인허가 과정이 필요 없어 빠르면 1~2주면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

라스베가스 한인 패션협회 임용순 회장은 “초기 이전 10개 업체는 많은 시행착으를 겪었지만 협회를 중심으로 똘똘뭉쳐 어려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라며 “앞으로 이전할 업체들은 우선 협회와 함께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짠 후 최소 7명의 숙련공을 확보 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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