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회도‘지진 3無대응’ 사태의 공범이다

지난 12일 대한민국을 강타한 경주 강진(强震)의 여파는 정치권에도 밀어닥쳤다. 국민안전처의 ‘재난문자 늑장발송’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여야 의원들의 포화는 정부를 이내 그로기(groggy) 상태로 만들었다. “2008년 중국 쓰촨성(四川省)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주변국의 참사를 보고도 정부가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여의도발(發) 정부 비판론의 골자다. 숨 가쁘게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사이 정부는 모든 사태의 원흉이 됐고, 국회는 무능의 혐의를 벗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국회 역시 이번 ‘지진 3無(매뉴얼ㆍ골든타임ㆍ사후대책) 대응’ 사태의 공범이다. 국회 입법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지진관련 법적 조항이 처음 마련된 것은 1995년이다. 일본 고베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정치권의 움직임을 촉발했다. 문제는 당시 제정된 ‘자연재해대책법’에 ▷정부의 지진피해 경감대책 수립 ▷지진해일 위험지구 지정ㆍ고시 의무 정도만이 제한적으로 규정됐다는 점이다.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원론적 수준의 ‘도덕률’이 버젓이 지진대책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후 2009년 ‘지진재해대책법(지난해 지진ㆍ화산재해대책법으로 명칭 개정)’이 신설, 정부의 ▷지진방재종합계획 수립 ▷기존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기본계획 수립 ▷민간소유 건축물의 내진보강 지원 의무가 추가됐지만, 적정 예산이 투입되지 않아 기존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 추진률이 17.5%에 그치는 등(2015년10월말 기준, 투자계획 3조 251억원 중 5319억원만 집행) 국회와 정부의 ‘전시행정 공조’는 계속됐다. 전국 3만여개의 각급 학교 중 2만4000여개(80%)가 ‘지진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됐다.

재난문자 미발송 사태 역시 관련 법안이 미비한 탓이 크다. 국민안전처 예규에 따르면, 지진 재난문자는 송출기준 자체가 없다. 해당 운영규정에는 태풍, 호우, 홍수, 황사, 건조 등에 대해서만 경보발령 시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하도록 돼 있다. 결국, 정부 이전에 국회가 관련 법과 예산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재앙을 자초한 것이다. 더 이상의 ‘네 탓 공방’으로는 공포에 빠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 국회가 ‘가해자 만들기’에 골몰하는 대신, 입법부로서 할 일을 하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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