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행정’은 빼고 ‘교육’만 얘기하자?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17개 시도교육감 모두를 세종으로 초청했다. 지난 7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단과의 회동 당시 전체 교육감이 모이는 간담회를 열자는 건의가 나왔고, 이를 이 부총리가 전격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간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만큼 이번 간담회를 통해 오랜 앙금을 털고 서로 협력을 모색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이상하다. 간담회 안건이 기대와 달리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현장 확산’이란다. 간담회 120분 중 90분 동안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교육감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다른 현안들이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하다. 17명의 시도교육감 중 15명이 참석하는 이번 간담회에서 각자 한 번씩만 발언을 해도 2분밖에 시간이 없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비롯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지방 교육청의 조직ㆍ정원 자율화 등 교육자치 현안을 교육부 측에 안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는 “부총리가 처음으로 시도교육감을 초청하는 자리인 만큼 복잡한(?) 얘기보다는 ‘교육’에 대해서만 논의하자”며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행정가들을 불러놓고 ‘행정’은 떼놓고 ‘교육’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감들의 입을 막을거면 뭐하러 세종까지 부르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에 이재정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관련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특히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지역교육 자치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라며 강력히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교육감들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금 분위기다. 간담회 시작 전부터 이번 회동도 소득 없이 이견만 확인하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정책의 수장으로서 국민이 이 부총리에게 바라는 것은 이같은 쇼맨십(Showmanship)이 아니다.지역 교육청과의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Leadership)이다. 더는 교육 당국과 지역 교육청 간 알력 싸움으로 정부 정책과 교육 현장이 따로 노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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