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아파트 중심 패러다임’은 끝났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이 곧 정보로 활용되고, 이게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시대를 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라는 사회관계망을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정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빅데이터 산업이 대표적이다.

상상조차 어려웠던 기술의 진보로 디지털유목민처럼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구현할 수 있게 된 신세대들은 ‘똑똑한 소비자’로서 각종 산업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 나아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다양한 공간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불과 몇년 전까지 드라마 소재로만 인식됐던 청년들의 쉐어하우스는 이제는 1인가구의 대표적인 주거양식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정부는 본격적으로 쉐어하우스와 같은 사회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건축시장에서는 이처럼 세분화된 주택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주거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21세기를 전후하여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개발과 대량 생산의 시대로부터 수요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사용자 중심의 생산을 향해가는 일종의 ‘전환점’이 시작한 것.

특히, 아파트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는 뉴타운정비사업이 해제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만들기나 공동체주택의 개념이 활성화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그곳에 거주하고 공간을 사용하는 수요자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의견교환과 정보공유가 용이한 온라인 공간과 달리 실제 거주환경을 개선하거나 마을을 정비하는 사업은 지속성 있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 다층적인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사업주체의 설립과 금융 조달, 사업의 체계적인 방향 설정이나 단계적 진행이 이론처럼 뒷받침되기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소규모주택정비특례법’을 발의한 것은 주민들의 자율적인 정비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도모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사업을 공모해서 선정하는 기존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주거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행정주체가 도시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로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중시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의미 있는 변화를 시사한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어떻게 사업을 구성하고 단위주체 간 긴밀한 업무협조를 통해 지속적인 추진동력을 발휘하는가 하는 점이다.

한 가지 대안은, 그간 개발사업에서 소외됐던 소규모필지나 저층주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그 지역에 장소 정체성을 부여하고 거주환경과 자연환경, 커뮤니티 문화가 적절히 조화된 단위 지역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전문화된 민간사업자들의 자발적인 경쟁구도와 생산적인 기획력을 통해 개별 지역 별로 맞춤화된 다양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공급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사회 조직과 물리적 환경을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본다면, 이를 구성하는 각 단위 지역과 주민들은 하나하나의 기관과 세포다. 소셜네트워크로 연결된 이 도시의 단위 세포들이 건강한 생명력으로 상생하는 주거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부지런히 현실적인 방법들을 모색할 시점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