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송재정 작가 ①] “내 작품 속 주인공, 강철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더라” (인터뷰)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오성무의 죽음은 저의 죽음이에요.”

MBC 수목드라마 ‘더블유(W)’ 속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는 자신의 손을 떠나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웹툰 주인공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피조물에 의한 창조주의 파멸, 이는 ‘더블유(W)’를 만들어낸 작가 송재정에게도 “참회”의 순간이었다.

[사진=MBC 제공]

“그동안 죽이거나 마음고생 시켰던 주인공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주인공을 죽이고 1년 넘게 힘든 적도 있었어요. 죄책감도 들었고, 이건 저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해요. 오성무가 죽을 때 저도 마음이 아팠죠.”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드라마 ‘더블유(W)’ 작가 송재정(43)을 만났다. “2달간 작업실에 있었다”가 나오니 “과대평가”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종영한 드라마 ‘더블유(W)’는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신선한 소재,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로 매회 화제를 낳았다.

‘더블유(W)’는 현실 세계의 오연주(한효주)와 인기 웹툰 속 주인공 강철(이종석)이 웹툰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벌이는 로맨스와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평소 자신이 겪었던 일이기도 했다.

“제가 낳은 자식이니까 저에게 일정 부분 소유권과 통제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주인공들이 강철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더라고요. 부모가 자식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듯, 저도 그랬어요. 어쨌든 제가 자유의지를 부여한 거니까, 제 의도랑 다르게 가고 있더라고요. 이건 마치 자식을 장가보내는 기분이랄까요. (웃음)”

송재정 작가는 1998년 SBS ‘순풍산부인과’를 시작으로 SBS ‘똑바로 살아라(2002)’, MBC ‘거침없이 하이킥(2007)’ 등 시트콤 작가로 활약, 이후 드라마 작가로 전향해 tvN ‘나인’, tvN ‘삼총사(2014)’ 등의 드라마를 집필했다.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판타지적 요소를 활용, 트렌디 드라마를 만들어 왔다.

앞서 tvN ‘인현왕후의 남자(2014)’, tvN ‘나인(2013)’에서 타임슬립, 즉 시간이동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엔 공간이동을 가져왔다. “특별한 사람들이 겪는 특별한 일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겪는 게 더 흥미로워서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드라마를 만든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 극적인 장치가 필요한 거고요.”

다만, ‘나인’과 다른 게 있다면, ‘더블유(W)’는 ‘맥락 없이’라는 명대사가 생겼을 만큼, “불친절한 드라마”라는 평이 따라다녔다. 

[사진=MBC 제공]

복잡한 스토리도 한 몫했다. 송 작가도 “웹툰과 현실 세계 사이의 물리적인 매개체가 없고, 주인공들의 심경 변화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맥락에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1, 2회 때 설명을 많이 안 했는데도 다들 이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건너뛰었던 것 같아요. 너무 생략해서 문제였지만요. (웃음) 그래도 시청자들이 판타지에 대해 많이 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논리를 만들면서 보시더라고요. 전에는 저도 논리에 집착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좀 놨던 것 같아요. 주인공의 자유의지 자체가 그냥 맥락이 되는 거죠. 앞으로는 그런 자의적인 장치가 대세가 될 것 같아요.”

“맥락 없다”는 논란을 불식시킨건 송 작가의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마지막 16회를 앞두고 ‘더블유(W)’ 1회부터 15회까지의 대본을 모두 공개했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는데, 16회 이전에 시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대본은 분명 제 의지가 담겨 있고, 제 것이지만 방송이 되는 순간 시청자들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보라는 의미죠.” 또 다른 깊은 뜻도 있었다. “소설은 누구나 볼 수 있는데 대본은 쉽게 접할 수가 없어요. 저도 방송국에 들어와서 처음 대본을 봤어요. 앞으로도 저는 대본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 지망생들은 이걸 고쳐도 보고 가지고 놀아보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책이 아닌 컴퓨터 파일로 공개한 이유이기도 해요.”

“맥락 있게” 대본까지 공개했지만, 결말이 또 걸렸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오연주의 아버지이자 웹툰 작가인 오성무는 죽고, 웹툰 세계의 주인공 강철은 현실세계로 돌아와 오연주와 재회한다. “시간이 지나 치유가 되면 둘도 아마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몇 년 뒤 둘이 재회하는 모습에서 끝을 맺었다고 했다.

“사실 저는 결말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가 욕을 많이 먹었죠. (웃음)” 사실 강철을 죽일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저희 엄마까지 안된다고 말리시더라고요. 저는 결말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원래 결말을 새드로 생각했는데 희망을 드리려고 그렇게 끝냈어요. 근데 저는 해피엔딩도 좋아요.” 송 작가가 엔딩을 두고 논란이 된 가장 큰 전례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다. 교통사고로 신세경이 세상을 떠나는 새드 엔딩으로 결말이 나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제가 엔딩에 관심이 없어서 다른 분들도 그러겠지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 뒤로는 새드 엔딩일까 해피엔딩일까 조금 신경을 써요.”

시청률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시청률에도 신경을 안 썼어요. 다만, 시청률이 보람을 주지 않지만, 작가가 살아 숨 쉬는 원동력은 돼요. 작가의 생명이 달렸다고도 하잖아요. 이번 작품도 그래도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와줘서 맘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시청률이 나오는 아침이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웃음)”

송 작가는 ‘더블유(W)’를 마지막으로 “꿈꿔왔던” 3부작 차원 이동 드라마를 완성했다. “다음 작품은 구상해 둔게 있는데 방송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너무 어두워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약 대신, ‘더블유(W)’의 두 주인공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연주와 강철이 편안하게 로맨틱하게 연애하는 모습 꼭 보고 싶네요. 저도 아쉬워요. 시간이 흘러서 상처가 치유되고 나서 그 둘은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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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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