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이 오히려 경제를 망친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올해 미국 대선이 오히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난감한데, 결과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 접전이 펼쳐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21일(현지시간) 금리를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경제가 예상보다는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은 당초 올해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이제 많아야 한 차례 인상 기회만을 남겨두게 됐다.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의 성장 지연요인 해소가 지난해에 비해 느려지고 있는 점과 고용시장에 추가 개선 여지가 남아있는 점, 그리고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인 2%를 하회하고 있는 점”이 금리 동결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CNN머니는 금리 동결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라며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대선 후보)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후보)의 대결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후보들의 정책과 성향에 대한 의구심은 향후 경제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원인이다. 특히 후보들이 보호무역주의적인 성향을 강화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기존의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하는 한편 이민을 규제하겠다고 했고, 힐러리도 이에 질세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상황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일반 유권자들은 오히려 자유무역에 우호적이다. 퓨리서치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자유무역에 우호적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50%로 그렇지 않다고 답한 42%에 비해 높았다. TPP에 대해서도 40% 대 35%로 찬성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트럼프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보후무역주의적인 성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퓨리서치는 분석한다. 트럼프가 출마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해 5월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무역협정 찬성이 51%로, 반대 39% 보다 12%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지난달 조사에서는 무역협정 반대 61%, 찬성 32%로 완전히 뒤집혔다. 트럼프는 전국의 유세장을 돌며 자유무역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는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두 후보의 지지율이 하루가 머다하고 반전을 거듭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전몰장병 유족을 모욕하는 발언 등으로 지지율 추락을 겪다가, 최근 힐러리의 비리 의혹과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지지율을 역전시켰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NBC방송의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지지율 43%로 트럼프를 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은 기업인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고용은 계속 늘리는 듯 보이지만 설비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머뭇거리고 있다. CNN머니는 S&P500 기업 중 20%가 지난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대선을 불안 요소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식품업체 캠벨 수프의 CEO 데니스 모리슨은 “어떤 일이 해결된다 싶으면, 브렉시트나 미국 대선처럼 다른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석체인 시그넷 주얼러스의 CEO 마크 라이트와 의류업체 갭의 CEO 아더 펙은 대선 불안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기업의 투자 위축은 곧바로 경제성장률에 반영된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고작 1.0%다. 역대 평균 성장률인 3%는 물론이고, 지난 2년간의 성장률인 2.4%에도 턱없이 못미친다.

일반 가계가 지갑을 닫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계 지출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는 올해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8월 소매 판매는 0.3% 감소했다. 경제전망그룹의 버나드 보몰 박사는 “지금부터 대선 때까지, 특히 선거가 접전일 경우, CEO들과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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