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올리면 국민이 건강? 7900억원 쓸어담은 담배회사만 ‘해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담뱃값을 올린 정부의 취지는 ‘담뱃세를 올리면 세수가 늘고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도 늘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거였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회사에 큰 돈을 벌 기회만 마련해 준 꼴이 됐다. 또한 정부는 담배회사들이 담배 재고를 담뱃값이 오른 뒤 유통시키는 방법으로 취한 차익을 환수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담배회사들이 담배 재고를 활용해 약 7900억원의 차익을 얻도록 방관했고, 이 금액이 고스란히 담배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관련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1일 단행된 담뱃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담배회사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KT&G는 3187억원, 필립모리스코리아는 1739억원, BAT코리아는 392억원, 도매상은 1034억원, 소매상은 1594억원의 재고차익을 얻었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으로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인 KT&G는 매점매석 고시 시행 직전 2일간 1억100만여갑을 반출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도덕적 해이의 ‘끝판왕’이었다.

KT&G는 지난해 4월 재고차익 논란이 불거지자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4년간 재고차익을 사회에 공헌하겠노라고 발표했지만 기부 실적은 미미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담배업체들이 담배 재고로 얻은 이익 7900억원은 담배회사 주머니로 들어가 세수 증대 효과에 대한 기대도 빛이 바랬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1일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여기서 담뱃세는 1갑당 1591원이 책정됐다. 담뱃값 인상분 2000원 중 1591원이 세금인 셈.

그런데 필립모리스코리아는 2가지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먼저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 인근에 임시로 일반 창고를 빌려 담뱃세 인상 이전에 담배를 빼돌려 인상 전 세율을 적용받았다.

담뱃세는 담배를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제조장 인근에 임시로 일반 창고를 빌리고 불과 4일간 5055만여갑을 트럭에 실어 빼돌렸다.

이후 세금을 낸 뒤 이들 담배들을 다시 제조장으로 들여왔고, 2015년 1월1일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를 팔아 약 805억원의 이익을 봤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담배를 반출하지 않았으면서도 전산에는 5568만갑을 반출한 것처럼 입력해 886억원의 이익을 추가로 봤다.

BAT코리아는 지난 2014년 7월 제조장 내 물류창고의 일부 구역을 계열사에 빌려줬다.

해당 계열사는 BAT코리아가 생산하는 던힐 담배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업체로, 대표이사가 같다.

BAT코리아는 2014년 말 기준 같은 창고 내 바로 옆 구역에 담배 2463만여갑을 보관해 놓으면서 마치 유통망에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허위로 입력해 담뱃세를 납부했다.

BAT코리아는 2014년 9월에는 담뱃세 인상 전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실제 생산이 이뤄지지 않은 900만갑을 반출 물량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BAT코리아는 2014년 9월 12일 낮 12시 매점매석 고시 시행을 앞둔 새벽에 제조장에 있는 담배를 계열사 창고로 옮긴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기도 했다.

매점매석 고시는 담배회사의 폭리를 막기 위해 반출량을 제한한 조치다.

정부가 담뱃세 인상에 따른 재고차익 7938억원의 회수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가 담배회사들이 담뱃세 인상 전에 세금을 내고, 인상 이후에 담배를 파는 경우 얻을 수 있는 재고차익에 대한 환수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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