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 출입 앞둔 기자친구 축의금…본인이 받은만큼 30만원 냈다면 위법?

법조계 “양측 인지땐 처벌대상”
권익위 “저촉되지 않는다”
판례나오기 까진 조심 또 조심

#. 증권사 애널리스트 A 씨는 친구인 사회부 기자 B 씨의 결혼 축의금으로 30만원을 준비했다. 3년 전 자신의 결혼식 때 B 씨에게 축의금 30만원을 받은만큼 비슷한 액수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B 씨의 결혼식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열리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업무 영역이 전혀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식 일주일 전, B 씨는 A 씨에게 전화 한통을 받았다. A 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증권부 기자로 발령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 씨가 B 씨에게 축의금 30만원을 준다면 김영란법에 저촉될까.

A 씨 사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와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A 씨가 축의금 30만원을 건네는 순간 김영란법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고, 권익위와 일부 법조인들은 A 씨의 행위가 김영란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향후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 이유는 A 씨와 B 씨의 ‘직무관련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있었다.

김영란법(8조 2항)은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 이하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만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금액을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축의금 등 경조사비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규정된 10만원까지 합법으로 인정된다. A 씨의 경우는 100만원보다 적고 10만원보다는 많은 30만원을 전달했기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알기 위해 직무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

이에 대해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A 씨와 B 씨의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이미 직무관련성에 대한 대법원의 뇌물죄 판례(2003도1060)에서 직무의 의미를 현재 법령상 담당하는 일 뿐만 아니라 과거나 미래에 맡을 일까지 넓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 자료에 따르면 김영란법에서의 ‘직무관련성’은 형법상 뇌물죄의 그것과 동일하게 해석된다.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는 “A, B 모두 향후 B가 증권부로 발령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A와 B의 직무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며 “A 씨가 축의금으로 30만원을 교부할 경우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우려가 매우 커보인다”고 했다. 수도권 소재 법원의 한 판사도 “축의금을 건넬 당시 향후 직무 관련자가 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이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권익위 측은 A 씨와 B 씨의 ‘직무 관련성’이 없어 축의금 30만원을 주고받은 행위가 김영란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축의금을 주고받을 시점에 증권 애널리스트인 A 씨와 사회부 기자인 B 씨 간에 뚜렷한 직무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익위의 김영란법 홍보 담당자는 “B 씨의 결혼식 당시 A 씨는 사회부기자라 직무 관련성이 없고, 장래 인사이동이 있다 해도 아직 벌어지지 않은 불확실한 일이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였고, A 씨의 결혼식에 B 씨가 30만원 축의금을 건넨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김영란법 위반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고도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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