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경찰의 총격에 흑인 피살…美 대선 송두리째 흔드나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미국 샬럿과 털사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미국 사회가 또 다시 극한 대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흑인 피살사건은 자칫 잘못하면 미 대선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경찰과 흑인 양쪽을 다독이는 조심스런 대응에 나섰다.

▶“우리를 그만 죽여라”…흑인 피살에 분노한 시위대= 미국 언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오후 샬럿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용의자를 찾던 경찰이 다른 흑인 남성 키스 러몬트 스콧(43)에게 총을 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과 유족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은 커지고 있다.

샬럿-메클런버그 경찰국은 권총을 갖고 차에서 내렸다 다시 타는 것을 본 경찰관들이 스콧에게 접근했을 때 스콧이 다시 총을 갖고 차 밖으로 나왔다면서 경관들은 이를 위협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자신을 스콧의 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을 통해 경찰들이 발포했을 때 아버지는 아들의 통학버스를 기다리면서 비무장 상태로 책을 읽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아버지가 장애인으로, 경찰이 전기충격기를 사용한 뒤 4차례 총을 발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커 퍼트니 경찰국장은 2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빈슨 경관이 사건 현장 목격자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분명하게 스콧에게 총을 버리라고 경고했다”면서 “차에서 스콧의 총기를 수거했지만, 딸의 주장처럼 책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빈슨은 당시 사복을 입고 근무 중이었으나 동영상 녹화 장치인 보디캠은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국은 대신 현장에 있던 다른 세 명의 경관은 보디캠을 착용했다면서 당장 녹화된 동영상을 공개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20일 오후 늦게부터 21일 오전까지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경찰관 16명이 돌 등에 맞아 다치면서 경찰과 흑인 공동체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또 다른 이들은 85번 주간 고속도로를 막고 트레일러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손들었으니, 쏘지 마!”를 외치거나 ‘우리를 그만 죽여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의 돌팔매에 경관 1명이 얼굴에 돌을 맞는 등 경찰관 16명이 병원 신세를 졌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경찰에 동영상을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하면서 왜 빈슨 경관이 보디캠을 착용하지 않았는지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오클라호마 주 털사에서 40세 흑인 비무장 남성 테렌스 크러처가 경찰의 총격에 숨지자 수백 명이 경찰본부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부 장관은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화제를 만들고 변화를 이끄는 주요한 기재”라고 평하면서도 “폭력은 시위로 얻고자 하는 바로 그 정의를 약화한다”면서 시위대에 평화로운 시위를 촉구했다.

대선 송두리째 흔들라…조심스런 힐러리ㆍ트럼프= 잇따르는 경찰의 총격으로 인한 흑인 피살사건은 자칫 잘못하면 대선 판세를 송두리째 흔들 예민한 이슈라는 점을 고려한 듯 힐러리와 트럼프 두 후보는 숨진 흑인과 경찰 중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감싸지 않고 양측을 모두 다독이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힐러리는 21일 플로리다 주(州) 올랜도 유세에서 “우리는 두 사건에 대해 아직 자세히 모르지만, 경찰에 의해 숨진 흑인 리스트에 2명이 추가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목숨을 잃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힐러리는 그러면서도 “많은 경찰서장이 개혁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경찰을 다독이는데도 신경을 썼다. 또 지난 12일 뉴욕과 뉴저지 폭발 테러사건을 언급하며, 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용기와 능력에 대해서도 신뢰를 표시했다.

트럼프도 이날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유세에서 “젊은 경찰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놀라고 숨이 막혔던 것은 아닌지…그렇다면 평소처럼 행동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젊은 경찰’은 지난 16일 오클라호마 주 털사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비무장 흑인에 총을 쏜 백인 여경이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숨진 흑인은 “두 손을 들고서 자기 차로 다가가 머리를 숙였다. 우리가 생각할 때 해야 할 행동을 다 한 것이다. 그는 선량한 사람으로 보였다”며 무고한 죽음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또 총격 피살사건으로 전날 샬럿에서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것에 대해 “폭력과 동요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부상자는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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