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비치 잃은 조양호 vs. 배임 벗은 김승유…대한항공, 600억 지원 막전막후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 2주 진통 끝에 대한항공이 22일 자회사 한진해운 지원금 600억원을 내놨다. 애초 거론됐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대신 현금에 가까운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았다. 한진해운이 화물 운송을 끝낸 뒤 화주에게 받지 못한 외상값 2억800만 달러(2317억여원)를 담보로 600억원을 빌려주는 셈이다.

당초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지분 54%)을 담보물로 고집했었다. 여기에는 이사회 멤버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잇속’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 물동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미래에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이 될 수 있는 알짜 자산이다. 한진해운을 위해 사재 400억원을 내놓은 것도 결국 롱비치터미널을 노린 전략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다. 롱비치터미널은 미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의 계약 탓에 연내 매각할 수 없어 당장 현금화가 어렵다. 또 이미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해외 6개 금융기관 및 롱비치터미널 2대주주(지분율 46%)인 스위스 해운사 MSC의 동의도 필요하다.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돈을 줬다가는 자칫 떼일 수 있고, 이는 결국 이사진들의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김승유 사외이사가 이같은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는 ‘확실한 담보가 없으면 배임이 될 수 있다’며 사외이사들의 한진해운 자금 지원 반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매출채권은 현금화 및 담보 설정 절차가 수월하다. 결국 사외이사들은 롱비치터미널을 탐내는 조 회장의 뜻을 꺾고, 배임으로부터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할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 이사회는 총 10명이다. 이중 사내이사는 조 회장을 비롯, 지창훈 사장, 조원태 부사장, 이상균 재무부문 부사장 등 4명이다.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이윤우 거제빅아일랜드자산관리 회장, 김재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반장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안용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사외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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