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예고편] ‘아수라’장, 아사리판…중생들이여 왜 싸우는가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왜들 저렇게 싸우는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무슨 영광이 있는지, 어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건지, 달콤한 약속도 없다. 그저 이들은 죽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싸울 뿐이다. 결말은 어쩔 수 없이 파국이다. 그야말로 ‘아수라(阿修羅)’. 아수라장, 아사리판이다. 축생계와 인간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중생’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변변치 못한 그들끼리 죽어라 싸우는 것이 공감된다면 흥미롭지만, 딱히 이유를 모르겠다면 잔인한 장면의 반복에 지쳐가는 영화가 될 듯하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면서 돈을 받아 암 말기 투병 중인 아내의 병원비를 댄다. 경찰 동료이자 친동생 같은 문선모(주지훈)는 한도경의 비리를 알아채지만 의리로 그를 따른다. 


박성배의 온갖 악행을 캐고 있는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한도경부터 압박에 나선다. 깡패보다 더 무서운 방법으로 한도경을 옥죄면서 박성배를 구속시킬만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협박한다. 한도경이 뭔가 달라졌다는 낌새를 눈치챈 박성배, 협박이 심해지는 검찰 사이에서 한도경은 이도 저도 못하고 방황한다. 원래 자신이 들어가기로 돼 있었던 박성배 수하 자리에 문선모를 보냈지만, 친동생 같던 그도 점차 박성배의 식구가 되어가면서 한도경을 외면하기 시작한다.

‘비트’, ‘태양은 없다’, ‘감기’ 등을 연출하고 신작으로 돌아온 김성수 감독은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시시한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라며 “어떤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났기에, 열심히 나쁜 짓을 하는데도 큰 보상도 못 받고, 아주 난폭한 두목 밑에 있다가 위기상황만 되면 앞에 나가서 자신을 희생하게 되는가 하는 생각이 시작이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광명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도 아닌데 ‘왜 싸우는지’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 ‘아수라’의 주제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지만, 몇 장면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순진한 동생에서 뻔뻔한 나쁜 놈으로 변하는 문선모 캐릭터 이외에는 인물들이 평면적이고, 이들의 행동 또한 연극적으로 비춰진다. ‘부당거래’(2010)나 ‘신세계’(2013)를 잇는 ‘남자 영화’라는 수식어로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수라’는 남성 관객만 응모 및 관람을 할 수 있는 ’온리 브로‘ 시사회로 한 차례 논란을 겪기도 했다. 맨몸 싸움부터, 총을 겨누고, 도끼, 칼, 술병, 촛대까지 도구를 가리지 않고 찍고 가르고 찌르는 장면들이 화면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남녀를 불문하고 보통 사람이라면 눈 뜨고 보기 어려운 ‘하드코어 액션’인 것은 분명하다.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흥미롭다. 특히 밀폐된 장례식장 조문실 안에서 일대일로 맞붙은 황정민과 곽도원의 파워가 대단하다. 올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었던 ‘곡성’ 이후 한 스크린에서 다시 만난 이들이 반갑기까지 하다. 

‘아수라‘는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받아 13일(현지시간) 상영됐다. 국내에서는 28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1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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