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여진 공포의 일상화] 작은 흔들림에도 ‘깜짝’…심리치료 컨트롤타워가 없다

영남권 주민 불안감 확산에도

‘국립트라우마센터’ 감감 무소식

지난 12일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인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후 열흘간 400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며 발생지인 경주는 물론 영남 주변 지역과 다소 떨어진 수도권 등의 국민들까지 ‘지진포비아’ 장기화로 인한 트라우마(심리적 외상후스트레스 장애ㆍPTSD) 발생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자연재해는 물론 대형사고 등으로 인해 피해받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발생 후 열흘이 지난 22일 영남권에 사는 많은 주민들은 지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구 동구 주민인 대학생 우강훈(26) 씨는 “첫 지진 후 일주일만에 또 다시 큰 규모의 지진을 겪으니 일상속에 지진이 크게 자리잡은 느낌”이라며 “잠을 자던 도중에도 침대와 방바닥이 울리는 기분에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는데도 계속 책상이 흔들리는 느낌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는 깊어가는데, 정작 이를 해소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주 지진 피해 모습.

노약자들의 경우 더 큰 불안에 휩쌓여 있었다. 울산 북구에 살고 있는 김모(84ㆍ여) 씨는 “열흘전 지진 때 만큼은 아니지만 수시로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곤 한다”며 “지진 이후 매일같이 불안감에 깊게 잠을 자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지고, 일상생활 중에도 조그마한 떨림만 느껴지만 집 밖으로 뛰어 나가야하냐는 불안감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당정청 역시 지난 21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경주 등 지진 발생 지역 지원을 위해 의사와 심리 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종합 치료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포함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키로 하는 등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진원인 경주 지역에 한정된 것이다보니 영남권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주민 등 광범위한 심리적 피해 상황을 다루기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형사고나 자연재해 등 국가적인 재난 발생 시 전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추진되던 ‘국립중앙트라우마센터’ 건립 사업은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는 등 역주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발생 초기 약 200억 상당의 예산을 지원해 트라우마센터를 건립하고 안산 지역에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에는 ‘국립중앙트라우마센터’로 확대 개편해 국가적인 재난 심리 지원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국립트라우마센터 건립예산은 총사업비 100억원 규모로 2016년도에 설계비 3억8400만원이 보건복지부 예산에 반영됐지만 기재부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 증액안으로 200억원을 상임위에 배정했지만 끝내 예결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내 상황과는 달리 선진국 등을 중심으로 각국의 사정에 맞게 국가적 차원에서 재난ㆍ재해로 인한 트라우마 관리를 해오는 곳도 여러 곳이 있다.

지진이 잦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정부가 나서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심리 치료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재난정신의료지원팀(DPAT)을 법제화하고 국립재난정신건강정보지원센터(DMHISS)를 설립해 생존자와 유가족, 일반 주민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지난 1989년부터 재난정신보건사업에 관심을 가져온 미국은 9ㆍ11 테러 이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중심으로 재난 대응과 심리치료를 총괄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보훈처 산하 국립 PTSD 센터를 설립해 PTSD 예방과 이해, 치료에 관한 교육ㆍ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가 직접 개인을 대상으로 임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난심리안정요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거나 민간병원에서 활용하는 치료법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또 전문가를 양성ㆍ배출하는 등 민간 병원에서 PTSD 지원에 필요로 하는 전반적인 자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삼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피해 인근지역 뿐만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번 지진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약한 노인들이나 아동들의 경우 어지러움이나 소화불량, 불안증 등 다양한 트라우마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 지역 및 피해자의 범위가 넓은 자연재해의 경우 전국적인 트라우마 증상까지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나서 더 많은 인력과 지원을 투입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동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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