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취업전쟁 ②] ‘4ㆍ2 취준생’에 떨어진 ‘김영란법’의 역습

-대학 4학년 2학기에 취업되면 지금까지는 ‘취업계 제출 학점인정’ 관행

-하지만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어

-“취업계도 정상적 결석 사유로 인정해야”, 학칙 개정 등 대학가 고심중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 재학중인 김모(26) 씨는 이번 학기 중에 대기업 공채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김 씨에겐 고민이 많다. 학기초에 몇몇 교수들로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취업을 한 뒤 수업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최소 학점을 부여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게 되면 모든 과목 수업에 결석하게 돼 기본 학점도 받지 못할 것이란 얘기였다. 현재 한창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 씨는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 졸업장을 나중에 받는 한이 있더라도 취업이 된다면 우선 학업을 중단하고 직장을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김 씨 뿐만 아니라 재학중 취직을 준비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시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학기(주로 대학교 4학년 2학기) 중 취업한 대학생들의 경우, 학위와 취업을 두고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학기 중에 취업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지금까진 수강하는 과목 담당 교수들에게 ‘취업계’를 제출하고 결석을 하더라도 대체과제물 제출 등으로 학점을 인정받아 왔다. 취업계는 대부분 대학 학칙상 인정되는 결석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교수들의 재량에 기대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로 대학교 4학년 2학기때 선취업을 하고, 취업계를 내 대체학점을 인정받아온 관행이 김영란법 시행후엔 대학 학칙이 바뀌지 않는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취준생들이 당황하고 있다. [사진=취업 강의 관련 이미지.]

국민권익위원회 해설에 따르면, 대학생이 자신의 학점과 관련해 성적을 올려달라고 교수에게 부탁하는 행위는 부정청탁 행위로 간주된다. 그 청탁에 따라 성적을 올려준 교수는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론 학칙에 정해진 사유가 아니라면 다른 이유로 결석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란법이 시행 후 기존에 취업계를 제출하고 학점을 인정받아왔던 관행들이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여지가 더 커진 것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미 취업해 출근하는 졸업예정자 학생들에게 대체과제물 등으로 출석을 대체해주는 관행은 엄밀한 의미에서 김영란법상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대학차원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 구성원들에게 주지시키는 등 예상가능한 위법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각 대학들이 학칙에 취업계 적용 규칙 등을 명시하면 김영란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칙에 질병ㆍ징병검사 등을 결석인정 사유로 표기하고 있다. 만약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각 대학들이 학칙상 별도의 규정을 둔다면 취업계 역시 결석인정 사유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대학에선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세부 사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고려대학교 관계자는 “교수와 교직원들을 상대로 학점과 관련된 학생들의 청탁을 받아주는 것을 원천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김영란법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며 “교원들의 질의 사항과 세부적인 사항을 정리한 교원 사례집을 곧 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주요 대학 관계자들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학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시에 학칙 개정 등 관련 대책에 대해 고심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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