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서글픈 ‘경주 진흙탕’ 해프닝

연이은 강진으로 고통받는 경북 경주시를 찾아 위로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경주행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논란을 야기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지난 20일 경주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황남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최양식 경주시장으로부터 피해상황과 조치내용을 보고받은 뒤, 주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대전 등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응급복구현장을 찾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응급복구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장면에서 벌어졌다. 해당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마치 박 대통령이 물이 잔뜩 고인 진흙을 밟지 않으려는 듯 뒤로 물러서고 경호원이 옆에서 잡아주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진 탓이었다.

이후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시민들을 서운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언론사는 문제의 사진에 ‘흙 묻을라…길게 뻗은 손’이라는 제목과 “박 대통령이 진흙을 밟아 묻지 않도록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다”는 설명을 달기도 했다.

‘선의’가 ‘악의’로 포장되자 청와대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연국 대변인은 “대통령이 악수하려고 다가가니 주민들이 ‘복구용 흙이니 밟지 마세요’라고 해서 흙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는 상황이었다”며 “심각한 사실 왜곡이고 지진 피해현장을 방문했다는 상황을 감안할 때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실제 문제의 사진을 보면 경주의 특성상 피해건물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옥 보수를 위해 진흙을 둥글게 뭉쳐 쌓은 더미가 보이고, 장화를 신은 자원봉사자들도 진흙을 피해 멀찍이 떨어져 박 대통령에게 손 내미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청와대가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과도 차이가 난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당연한 일이고, 87년 체제 이후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숙명일지 모른다. 그러나 유례없는 지진공포에 맞닥트린 국민을 위로하려는 대통령의 발걸음마저 비틀어 보려는 작금의 현실은 서글픈 일이다. shin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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