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력비해 높은 금융기관 임금…성과급 반대명분없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동계 파업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2일 공공산업노조연맹이 서울역 앞에서 시위를 가졌으며 23일에는 금융산업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금융노조 파업 집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조합원들이 속속 집결해 운동장을 다 채웠을 정도였다고 한다. 금융기관들은 본사 간부와 퇴직자까지 동원하고 인터넷 뱅킹 용량을 늘리는 등 비상 대처에 나섰지만 업무 차질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27일에는 철도와 지하철이 동시 파업에 들어가고, 대형병원이 포함된 보건의료노조 파업도 예정돼 있어 국민 불편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노동계가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파업에 나선 것은 성과연봉제 때문이다. 성과연봉제가 근로자를 ‘쉬운 해고’로 내몰고 임금을 삭감하려는 수단이라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하지만 그렇게 볼 사안이 아니다. 민간부문에선 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도입한지 이미 오래다. 최근 임금협상을 마친 기업 10 곳 중 9곳이 적용했을 정도다. 더욱이 때만 되면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는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도 따지고 보면 호봉제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지금 파업을 주도하는 건 대부분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얘기다. 파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차가운 것은 이런 까닭이다.

최대 규모의 인원이 파업에 참여한 금융기관만해도 그렇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금융기관 경쟁력은 우간다보다 못한 바닥권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도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금융기관 임금 수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은 1.01배, 일본은 1.46배 정도이나 한국은 2.03배로 월등히 높다. 금융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도 차등 연봉제 도입은 필수다.

정부도 할 일이 많다. 성과연봉제가 ‘성과퇴출제’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평가체계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직원을 선정하는 잣대가 곧지 않다면 오히려 도입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도를 밀어붙이고 파업으로 반대할 게 아니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갈 일이다. 금융권 등 공공기관에 부는 낙하산 바람도 성과연봉제 취지를 무색케한다. 한편에선 낙하산을 내려보내면서 효율과 성과를 강조한다면 지나는 소도 웃을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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