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배회사 매점매석 놓치고 흡연자에게만 눈부라린 정부

담배값 인상의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엔 담배회사들의 꼼수를 막지 못해 8000억원에 가까운 세수를 날려버렸다는 소식이다. 담배회사들이 지난 2014년 담뱃세 인상 직전 허위로 반출량을 신고하는 방법으로 평소보다 수십배나 많은 재고를 미리 쌓았다가 값이 오르자 되파는 편법을 부려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2500원짜리 담배를 4500원에 팔아 챙긴 이득이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탈루세금만 2000억원이 넘는다.

국민건강 생각한다며 담배값을 인상해 서민주머니 털어가는 것도 억울한데 어설픈 시행 착오로 담배회사들 배만 채워줬다니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담배사들이 재고 매점매석에 따라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여지를 정부가 제대로 차단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나 행정자치부는 담뱃세 인상 전후 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법을 개정하고 시행했다. 기재부는 소매상과 개별 소비자들에게만 매점매석 고시를 내놓고,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며 위협적인 말을 계속 해왔다. 진짜 중요한 곳은 빼놓고 엉뚱한 곳에 눈만 부라렸던 셈이다.

감사원은 22일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서류와 전산망을 조작하고 계열사와 결탁해 세금을 빼돌리는 일들을 자행했다고 밝히면서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국세청장 등에 필립모리스코리아 2371억원(가산세 포함)과 BAT코리아에 550억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매점매석 고시 위반과 담배소비세 및 개별소비세 등을 탈루 관련 고발 조치할 것을 통보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과연 탈루 세금의 추징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이미 재고차익을 인정하고 거액의 사회공헌 사업계획을 발표한 KT&G와 KT&G에 담배를 위탁 생산했던 JTI코리아는 부과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세금을 정확히 납부했다거나 공장 직원의 사소한 전산 입력 실수였다고 주장한다. 송사를 통해 버티고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정부가 담배회사들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은 올해 초다. 1월 감사원의 내부 감사에서 시작해 최근까지 담배회사들의 재고차익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지난 5월 실지감사와 6월 연장 감사까지 진행됐다. 국세청과 행자부, 각 지자체의 재고차익 세무조사도 시작됐다. 1년이나 다 되도록 덮어두다 조사를 시작했으니 한계도 많았을 것이다. 앞으로 탈루액을 제대로 받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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