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은행 “연내 상장 포기, 2~3년후 추진”…일부 주주..

20160922_110411
태평양 은행의 정광진 이사장이 22일 은행 헤드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을 밝히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그만큼 숙제도 늘었다. 태평양 은행의 이야기다.

태평양 은행은 22일 LA한인타운 소재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상장계획을 2~3년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이나 2019년에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2016년 3분기 쯤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데서 크게 후퇴한 발언으로 그동안 떠돌던 상장 연기설을 ‘공식화’한 것이다.

조혜영 행장은 “현재의 증시상황, 은행내 인프라, 그리고 기업공개(IPO)에 필요한 각종 비용 등을 세심하게 검토한 결과 상장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라며 “일부의 억측처럼 경험(은행 상장)이 없어 임기내 상장을 피한다든지, ‘상장’을 반대파 주주 설득을 위한 카드로 사용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자산 10억돌파를 기점으로 논의되던 상장 계획은 잠정 연기됐다. 조혜영 현 행장의 임기(2017년 12월까지)내에 상장하지는 않겠다는 게 공식방침으로 확정된 셈이다.

태평양 은행이 내놓은 상장 연기 이유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증시상황’이다. 현재 태평양 은행의 주당 순가치는 약 10달러, 주가는 10달러 후반에서 12달러 초반대를 오가고 있다. 최근 1530만달러를 증자해 보통주 127만 3000주를 발행한 이후에는 주가가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태평양 은행의 내부 기대치에 비해 3달러 이상 밑도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은행 상장과 합병을 위한 최저 주가를 각각 16달러와 19달러로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16달러 이하로는 상장이 어렵고 19달러 이하로는 합병(타 은행에 인수된다는 전제하에)이 어렵다는 뜻이다.

태평양 은행 측은 상장을 위해 매년 300~400만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고, 상장을 위한 인원보강도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상장을 해도 주가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2~3년에 걸쳐, 주가를 높이고 은행 수익을 늘려 상장에 필요한 준비를 마친다는 것이다. 타 은행과 합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자산 규모를 20억~30억 달러로 늘리는 방안도 태평양은행의 상장 계획에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주주들과 이사진도 상장 계획 연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상장 적기가 아니라는데 동의한 분위기다. 상장 연기에 대한 불만은 지난 6분기 연속으로 이어진 현금배당을 통해 어느 정도 가라 앉혔다. 실속을 챙기고 있는 만큼 당분간 내부 성장에 주력해도 좋다는 게 주주들의 입장이다. 단 상당수의 주주들이 현금배당을 포함한 각종 수혜가 끊길 경우 언제든지 반대편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당장 상장 연기에 반대하는 주주들도 있다.

한인 주주 K씨는 “주식 시장이 안좋다는 분석도 있지만 사실 이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른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일단 상장을 하고 이후 대형 은행과 적극적인 합병노력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주주들에게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라며 “분기별 현금배당은 나쁘지 않지만 이것보다는 상장 후 대형 은행과의 합병이 올바른 코스다. 출범 후 지금까지 상장만 바라보고 달려 왔는데 이렇게 쉽게 상장을 늦춘다고 발표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태평양 은행은 이날 주총을 통해 총 7명(대니얼 박, 돈 리, 조혜영, 안기준, 정광진, 이상영, 윤석원)으로 이뤄진 현 이사진에 대한 재신임과 크로우 호워스 LLP를 외부회계 감사기관으로 정하는 2가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올해 안에 현 올림픽 지점을 LA 한인타운 한남체인 몰로 축소 이전하고 내년안에 뉴욕 지역에 정식 지점을 오픈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최한승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