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목마른 각국, 법인세 낮추고 부과세만 늘린다

저성장 속 기업 조세피난 방지차원
2008년 이후 OECD 18개국 내려
신흥국 가세…5~10%P 수준 검토

세계 전역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빠졌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일(현지시간) 가입국가들이 법인세 인하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 신문은 OECD 평균 법인세보다 낮은 법인세를 자랑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도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의 법인세 인하 목적은 단순하다. 금융전문 매체 배런스는 ‘세금 면제 프로그램’으로 펀드 자금이 인도네시아에 몰리자 아세안 국가를 비롯한 투자에 목마른 세계 각국이 세금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OECD가 이날 발표한 ‘2016 OECD 조세개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낮추거나 법인세 인하 계획을 발표한 OECD 국가는 일본, 스페인,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 총 9개국이었다.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하한 국가는 OECD 34개국 중 18개국에 달했다.

보고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 인하 움직임이 주춤했다가 최근 가속하고 있다”며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OECD 국가들이 애플이나 이케아(IKEA) 등 다국적 기업의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각국이 자본이 많은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경제환경 만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추진한 ‘세금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이 몰리자 법인세율을 기존 25%에서 17%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명한 국제조세저널인 국제조세리뷰(ITR)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최근 법인세 인하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는 베트남과 낮은 법인세로 유명한 싱가포르와 경쟁하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베트남은 법인세율을 20%에서 17%로 낮추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17%의 법인세를 적용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 3월 법인세를 30%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필리핀 당국도 2017년 말까지 법인세율을 30%에서 25%로 인하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법인세 감세는 필리핀 세제개혁의 기둥”이라며 “현재의 법인세율은 30%로 주변국에 비해 높고, 외자 유치를 어렵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제회계법인 KPMG의 ‘2016 법인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평균 법인세율은 23.63%다. 아시아 지역의 평균 법인세율은 21.97%로, 세계 평균보다도 낮다. 국제조세리뷰는 OECD국가와 마찬가지로 신흥국들도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위해 법인세 인하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법인세 인하경쟁이 국가 간 ‘바닥치기 경쟁’(race-to-the-bottom)과 ‘인근 궁핍화’(beggar-thy-neighbor)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조세정의 네트워크는 가디언 지에 국가들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세계 소득불평등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의 빈곤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OECD 보고서 역시 이점을 명시하며 “법인세 인하가 GDP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바닥치기 경쟁’으로 부과세율(VAT)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평균 VAT율은 2008년 17.6%에서 2015년 19.2%로 증가했다. 부과세는 빈곤층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를 가진 세금으로 꼽힌다.

문재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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