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가을 흔적’②] 도심까지 정복한 말벌…9월이 산란기 ‘최고 극성’

올 8월 말벌퇴치 119 출동건수 7만2272건…전년比 104%↑

온난화로 열대외래종 ‘등검은말벌’ 기승…독성 일반벌 15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9월 산란기를 맞아 보다 강력해진 공격성과 독성을 지닌 외래종 말벌들의 도심 출몰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24일 국민안전처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도심에서 벌떼나 벌집이 발견돼 출동하는 건수는 해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빠른 속도로 개체수가 늘고 있는 외래종 말벌인 등검은말벌. [헤럴드경제DB]

안전처가 벌 퇴치와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한 건수는 2013년 8만6681건에서 지난해 12만8444건으로 2년만에 무려 48.2%나 증가했다.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했던 올해는 그 수가 더 크게 늘어났다. 올해 6~7월 벌 퇴치ㆍ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4만38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729건) 대비 58.2% 증가했다. 특히 올해 8월 한 달동안 벌 퇴치와 벌집 제거를 위한 출동 건수는 7만22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4%나 늘어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역시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벌떼 출현으로 인해 총 3만2798회의 119 구조 출동이 있었고, 그 중 78.8%에 이르는 2만5842건이 7~9월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도심 지역에서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종(種)은 중국 남부 지역과 동남아 등 아열대 지방에서 국내에 유입된 등검은말벌이다. 등검은말벌은 2003년 국내에 유입된 사실이 처음 밝혀진 뒤 해마다 개체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 현재는 경기 북부 지역까지 서식지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끈적한 설탕물 잔해와 음식물 쓰레기 등이 많은 아파트 단지나 한강변 수풀과 같은 도심 지역에서도 발견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도심 지역에서 말벌 발견 빈도가 높아지며 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말벌집 제거나 말벌 퇴치를 위해 119가 출동한 건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말벌 벌집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통상적으로 땅속에 집을 짓는 토종 말벌과는 달리 등검은말벌은 가로수, 전봇대, 아파트 지붕 등 높은 곳에 집을 지어 사람과 접촉 가능성이 높고, 토종 말벌보다 번식력과 공격성이 훨씬 강하다. 독의 양이 일반 벌의 15배나 되는 데다 침도 계속 쓸 수 있어 위험성이 일반 벌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위험성이 훨씬 높은 외래종 말벌이 기승을 부리는데는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상청 기록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우리나라의 봄(3~5월) 평균 기온은 섭씨 10.8도에서 12.7도, 여름(6~8월) 평균 기온은 22.2도에서 23.8도로 상승해 아열대종이 생육하는데 적절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들 외래종은 외국에서 오는 화물이나 비행기 등을 통해 유입된 후 국내 기후에 적응하며 토착화하면서 사람을 공격하거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가을로 접어드는 8~9월은 말벌의 산란기인만큼 공격성과 독이 가장 강한 시기다. 이 같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처 등 정부 기관에서는 등검은말벌 등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유인 트랩을 설치해 개체 수 줄이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벌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늦여름부터 가을철에는 벌 쏘임 사고 예방법과 응급처치법을 잘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벌집을 발견하면 무리하게 제거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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