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회, 이런 정치…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2016년 9월 24일. 국회 본회의장. 이런 국회다.

▶국무위원이 필리버스터 = 대정부질문이 열린 날이다.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시간은 오후 2시 30분. 대정부질문이 끝난 시간은 하루를 넘긴 25일 오전 0시 20분. 10시간이다. 개별 의원에 허용된 시간은 단 15분. 질문의원은 총 13명. 그런데 10시간이 걸렸다.

그 배경엔 13명 중 5명을 차지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있다.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은 이러했다. “교육부 장관, 교육 정책을 설명해주세요.” “행정자치부 장관, 정부 정책을 설명해주세요.” 질문에 걸리는 시간은 10초 남짓. 해당 장관은 답변으로 긴 연설을 이어갔다. 질문에는 시간 제한이 있지만, 국무위원의 답변은 시간제한이 없다. 얼마든지 시간 구애를 받지않고서 합법적으로 말할 수 있다. 정부 부처가 돌아가면서 각 부처의 주요 정책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대정부질문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대정부홍보’ 장으로 변모했다. 

▶“장관 밥 굶기냐” = 긴 국무위원 필리버스터 급의 대정부질문 도중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발언대를 장악했다. 그는 “국무위원에게 밥 먹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내려가라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말에도 굽히지 않았다. “의장은 밖에 나가서 밥 먹고는 말이야”라고 정 원내대표가 쏘아붙이자, 순간 정 국회의장도 발끈, “제가 식사하는 거 봤어요? 왜 거짓말을 해요”라고 외쳤다. 결국, 고성과 삿대질이 오간 끝내 정 국회의장은 30분간 정회했다. 이후 발언대에 오른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밥 한 끼’ 때문에 정회한 사실을 언급하며 “50일째 단식을 한 세월호 유가족이 생각난다”고 했다.

▶“나가도 좋다” 해도 자리 남은 장관들 = 정오가 되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차수를 변경했다. 날짜가 넘어갔다는 이유로 “자정이 가까워졌으나 예정된 의사일정을 모두 처리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국회법에 따라 차수를 변경해 회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들에게 “여러분들의 출석 의무는 0시부로 종료됐다.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몰려나와 정 국회의장을 향해 강하게 항의했다. 곳곳에서 “정세균 물러나라”라고 외쳤다.

그 사이, 장관들은 자리를 지켰다. 10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던 장관들임에도, 돌아가도 좋다고 했음에도 자리를 지켰다. 마치 침묵 시위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은 일제히 몰려나와 정 국회의장을 향해 소리쳤고, 장관들은 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나가도 좋다해도 나가지 않는 장관들, 이례적이다.

▶여당의 본회의 투표 보이콧 = 여당은 결국 투표에 불참했다. 정 원내대표는 발언대에서 수차례 외쳤다. 정 국회의장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격앙된 말투로 소리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체로 정 국회의장을 향해 “물러나라”고 삼창을 외쳤다. 집회에서나 볼 수 있던 삼창이 국회에서, 그것도 여당 의원에서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야당 의원은 곳곳에서 이를 촬영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를 SNS 등에 실시간으로 올리기도 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 참여 수차례 독려 = 새누리당 의원은 단체로 표결을 보이콧했다. 정 국회의장은 수차례 ”아직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투표해달라”고 발언했다. 투표 종료 시각까지 안내했다. 이미 본회의장에 있는 야당 의원들은 모두 투표를 마친 상태였다. 정 국회의장이 밝힌 투표 종료 시각은 0시 45분. 투표장에 줄 선 의원은 한 명도 없고, 본회의장은 조용했다.

결국, 45분께 새누리당 의원이 끝내 불참한 채 김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는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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