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3명 사망’ 쌍문동 아파트 화재 원인은 전기배선

1차 현장감식 결과 “거실 텔레비전 뒤 배선서 발화”
아랫집 주민이 문 두들기며 이웃들 깨워 대피시켜

[헤럴드경제]24일 새벽 발생한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화재의 원인은 배선에서 일어난 전기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화재는 일가족 3명을 포함, 사상자 총 20명을 발생시켰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화재감식팀, 도봉소방서 등과 함께 불이 최초 발생한 15층짜리 아파트의 13층 집에서 1차 현장 감식을 벌인 결과 이 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불이 번진 모양새 등으로 보아 불은 이 집 거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거실의 텔레비전 장식장 뒤편의 배선에서 단락흔(끊어진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방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이 집의 큰아들 이모(21) 씨도 경찰의 방문 조사에서 “방에 있었는데 거실에서 여동생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뛰쳐나갔더니 동생이 건조대에 널어놨던 빨래로 불을 끄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동생 이모(16) 양, 안방에서 뛰쳐나온 어머니 노모(46) 씨와 함께 이불 등으로 불을 끄려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씨는 “빠르게 번지는 불을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현관 밖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속옷 차림으로 12층의 간이 소화전 소방 호스를 끌어다가 불을 꺼 보려고 했지만 불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양 팔과 가슴 등에 화상을 입고 노 씨와 함께 병원으로 실려 갔다.

불이 거실에 빠르게 번진 탓에 베란다 쪽에 갇힌 이 양은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치다가 베란다 바깥으로 추락,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날 오전 8시께 끝내 숨을 거뒀다. 이 양과 함께 베란다 쪽에 갇혔던 부친 이모(45) 씨와 막내딸 이모(14) 양도 화마로부터 탈출하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집 바로 아랫집에 사는 김경태 씨는 윗집에서 불이 난 것을 파악한 뒤 1층까지 뛰어 내려가면서 다른 집 현관문들을 모두 두들기며 “불이야, 불!”이라고 외치며 이웃들을 깨운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윗층 집의 큰아들이 소방 호스를 끌어다가 불을 끄려 애쓰는 걸 보고 나도 도우려 했지만 이미 불길이 현관까지 번져 있었다”면서 “심야 시간이라 자고 있을 이웃들에게 알려야겠다 싶어 문들을 두들기며 소리 질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 발생한 화재는 약 1시간10분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불이 난 집에 사는 일가족 5명 중 부친 이씨와 10대 딸 2명 등 3명이 숨지고 17ㅇ명이 다쳤다. 노 씨는 중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있으며 이 씨는 중환자실에 있다가 오후께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 그 밖에 이웃 15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25일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전기, 가스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정밀 합동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비상벨 등 위급상황 발생 시 안전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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