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처지 바뀐 반쪽국감, 野 “단독국감” 강행에 與 “단식ㆍ피켓농성”

[헤럴드경제=이슬기ㆍ장필수ㆍ유은수 기자] 여야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강경모드 속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무기한 단식농성ㆍ릴레이 피켓시위에 돌입했고,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 등 야권은 ‘국정감사 연기’냐 ‘전면 강행이냐’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야권이 ‘과반’의 고지를 점한 20대 첫 정기국회의 모습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권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강행을 거듭해서 성토했지만, 야권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새누리당의 ‘국감 파업’은 민생 파업이자 민생 포기 선언”이라며 “민생보다 권력이 앞장설 수 없고, 국민보다 정부가 위에 있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파업을 한다고 해도 우리라도 할 일을 하며 경제ㆍ안보ㆍ민생을 지키겠다”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이 개회 및 진행을 거부할 시 다수당 소속 간사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유사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의 사회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26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 마련된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이 텅 비어있다. 이날 외통위 국정감사는 여당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의원들만으로 진행됐다. 안훈 [email protected]

이처럼 야권이 단독 국감까지 불사하고 나서자 ‘정 의장 사퇴’를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을 선언하며 당에 비상체제를 선언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25일 정 의장을 의원으로 부르기로 결의했다)이 파괴한 의회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 정 의원이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도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의 명칭을 ‘정세균 사퇴 관철 비대위 회의’로 바꿔 매일 개최하는 한편, 김무성 전 대표ㆍ정진석 원내대표ㆍ원유철 전 원내대표 등을 필두로 릴레이 1인 시위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의 핵심인 김 장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에 예정대로 출석했다. 다만, 농해수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종시로 내려오지 않았다. 농해수위는 김영춘 더민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야당의 단독 국감이 가능하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김 장관에게 증인선서를 시키기는 했지만, 그의 업무보고와 답변을 외면하는 등 ‘식물장관’으로 취급했다. 이 외에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 등 새누리당이 위원장석을 점유한 다른 상임위에서는 정상적인 정책ㆍ업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ㆍ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 의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새누리당을 설득한 뒤 국감에 들어오도록 일정을 2~3일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정 의장의 이런 제안을 수용한 반면, 더민주는 수용이 어렵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에도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는 아무런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래도 국회를 정상화할 의무나 나에게 있지 않느냐”며 깊은 고뇌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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