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헬로, 안테나’ 새 얼굴 소개한 ‘가족예능’ 콘서트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막내(샘김)는 랩을 하고, 농민가수(루시드 폴)는 계속 시 낭송을 하고…. 이런 레이블이 또 없을 거예요.” (웃음)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헬로, 안테나’ 공연이 열렸다. 안테나 뮤직의 총괄 프로듀서인 유희열을 비롯해 정재형, 루시드 폴, 페퍼톤스, 박새별, 권진아, 이진아, 정승환, 샘김 등 소속 가수가 총출동했다. 가요부터 흑인음악, 재즈 등 서로 너무나 다른 음악 스타일을 선보여 온 뮤지션들이지만, 이날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합주’로 무대를 꾸몄다. 

[사진= 9월 23~25일 열린 ‘헬로, 안테나’ 공연장 전경, 이세진 [email protected]]

무대는 정재형이 부르는 ‘러닝(Running)’으로 시작됐다. 이어진 페퍼톤스의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공연 세 시간 반 내내 드럼과 퍼커션을 제외한 모든 연주는 소속 뮤지션들이 맡았다. 건반 넷(유희열, 정재형, 박새별, 이진아), 통기타 둘(루시드 폴, 샘김), 일렉기타 하나(페퍼톤스 신재평), 베이스 하나(페퍼톤스 이장원), 코러스 둘(권진아, 정승환)이 사운드를 풍성하게 채웠다. 

[사진= 9월 23~25일 열린 ‘헬로, 안테나’ 공연 모습 (안테나 뮤직 제공)]

안테나 뮤직 레이블 콘서트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속 가수는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 폴, 페퍼톤스, 박새별 등 다섯 팀뿐이었고, 박새별을 제외한 대부분의 뮤지션은 소위 ‘가창력 가수’가 아니었다. ‘대실망쇼’는 가창력으로는 도토리 키 재기인 이들끼리 보컬 경연대회를 하는 형식으로 펼쳐졌다. 유희열은 이적의 ‘레인(Rain)’을 열창했고, 루시드 폴은 무당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대실망쇼’ 이후 “안테나는 개그 집단”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재개했던 것이 2011년 ‘안테나 뮤직 워리어스’였다.

이때부터 안테나 소속 뮤지션들은 전원 정장을 입고 진지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키보드, 기타, 베이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소속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세션’이 되어 곡을 합주하는 것이 안테나 레이블 콘서트의 전통이 됐다. 올해 ‘헬로, 안테나’는 보컬이 강한 권진아와 정승환 등이 합류하면서 코러스까지 ‘안테나 가내수공업’이 가능해졌다. 

[사진= 9월 23~25일 열린 ‘헬로, 안테나’ 공연 모습 (안테나 뮤직 제공)]

유희열은 “잘들 지내셨죠”라는 말로 첫 인사를 꺼냈다. “5년 전 ‘워리어스’ 공연 이후 식구가 두 배로 늘면서, (최근 합류한 뮤지션들에게) ‘안테나 엔젤스’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셔서 감사했다”라며 “막내가 열아홉인데, 큰형 나이는 여기에 두 배에다 열 살을 더해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어 “공연 합주를 위해 몇 달 동안 합숙을 했다”며 “이 시간이 지나면 친구들 실력도 많이 늘고 서로 가까워지고, 저희에게는 의식 같은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샘김, 권진아, 이진아, 정승환의 무대가 이어졌다. 유희열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SBS ‘K팝스타’로 안테나의 새 식구가 된 얼굴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정재형이 작곡한 ‘내 눈물 모아’를 정승환이 이어 부르고, 루시드 폴의 ‘봄눈’을 이진아가 부르면서 선후배 간 자연스런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최근 정식 데뷔한 권진아는 신곡인 ‘끝’을, 샘김은 ‘마마 돈 워리’ 등을 불르며 독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공연 내내 MC를 자처한 유희열의 입담도 빛을 발했다. 공연은 진지한 음악, 뮤지션들의 개인기 사이를 넘나들며 한 편의 유쾌한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됐다. 새 얼굴들은 막춤 실력을 뽐냈고, 제주도에 거주하며 귤 농사를 짓고 있는 루시드 폴은 ‘유기농 감성’의 노래를 이어나갔다. 유희열은 그의 무대에 앞서 “졸지 않도록 주의하시라”, “경음악을 듣는다 생각하시고 잠시 ‘카톡’ 확인도 하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아직, 있다’, ‘봄눈’ 등 루시드 폴의 무대는 이날 공연의 최고 감성적인 무대로 꼽혀도 손색이 없었다.

공연이 중반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후배 가수에서 선배 가수로 자연스레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유희열은 “공연에서 키 낮춰 부르는 걸 제일 싫어한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노래신’ 김연우가 불렀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열창했다. 정재형은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정형돈과 불렀던 ‘순정마초’로 분위기를 달아 올렸다.

공연 시작 두 시간여 만에 중앙에 나온 2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페퍼톤스는 “발라드 듣느라 고생하셨다”라며 “느린 음악 반주하느라 힘들었다. 조직 생활이 이렇게 힘든 것”이라고 말하며 ‘뉴 히피 제너레이션’, ‘겨울의 사업가’ 등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신나는 음악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호응했다.

이날의 깜짝 게스트는 토이의 ‘좋은 사람’을 부른 김형중이었다. 전주와 함께 등장한 그는 단 한 곡만 부르고 멘트도 없이 퇴장했지만 관객들의 최고 반응을 이끌어냈다. 막바지에 이어진 ‘좋은 사람’, ‘그럴 때마다’, ‘뜨거운 안녕’ 등 토이의 메가 히트곡들은 유희열의 콘서트나 안테나 레이블 콘서트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곡이다. 

[사진= 9월 23~25일 열린 ‘헬로, 안테나’ 공연 모습 (안테나 뮤직 제공)]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음악을 할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묵직한 작별의 인사를 남기고 토이의 ‘그래, 우리 함께’를 마지막 곡으로 이날 공연은 끝을 맺었다. 사흘간 공연에 매회 4300여 석의 올림픽홀은 관객으로 꽉 채워졌다. 안테나의 ‘신세대’를 보러 온 젊은 관객부터, 아이를 맡기고 온 ‘토이 세대’의 여성 관객들까지 ‘안테나 식구’가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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