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드라마 스토리… ‘이색 직업’으로 신선함 잡는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안 봐도 드라마’라는 말에 빌미를 주려는 듯 드라마 스토리는 대부분 뻔하게 흘러가곤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드라마의 서사 전개는 상당수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뻔한 스토리를 어찌할 수 없다면, 그 타계책으로 나온 게 바로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다. 대부분 두루뭉술하게 뭉개졌던 주인공들의 직업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주인공의 직업은 무늬뿐일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직업이 캐릭터와 극 전개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대주주가 됐다.

변호사 아닌 사무장, 아나운서 아닌 기상캐스터… 양지로 나온 조연 캐릭터= 이른바 ‘사’자 들어가는 금수저 직업 주변에서 조연으로 있었던 캐릭터들이 주연으로 등장했다. 뻔한 법정 물, 방송가 이야기지만 주인공은 좀 다르다.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 아나운서가 아닌 기상캐스터가 주인공으로 전면 등판했다.

26일 첫 방송 되는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법정 물을 표방한다. 법정물이지만 검사와 변호사가 주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드라마 단골 직업인 변호사 아닌 사무장이 주인공이다. 극 중 최지우는 변호사를 보조해 현장으로 취재하러 다니는 로펌의 사무장이라는 직업으로 나온다. 

[사진=MBC 제공]

이에 최지우는 “사무장은 법정이라는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 역할을 하는데,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 캐릭터가 흥미로웠다”며 “시청자분들도 사무장이란 새로운 캐릭터에 신선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정 물과의 가장 큰 차이도 “사무장 이란 직업(권음미 작가)”으로 꼽았다.

[사진=MBC 제공]

10%대를 돌파하며 새로운 수목 드라마 제왕으로 올라선 SBS ‘질투의 화신’도 전형적인 삼각관계에 이전에도 많이 다뤄진 방송국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기존 극과 다른건 아나운서나 기자가 아닌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생활형 기상캐스터다.

드라마 스토리의 반이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사랑과 질투라면, 그 반 이상은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 분)가 자신의 직업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구체적인 기상캐스터의 고충과, 아나운서와의 격차 등을 부각시켜, 직업 전격 해부에 나선다. 잘 알지 못했던 기상캐스터 세계의 뒷얘기와 실상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SBS방송화면 캡처]

감독, 공무원? 더 구체적인 직업 갖게 된 주인공=올해 초 성황리에 종영한 tvN ‘또 오해영’은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면 남자 주인공 에릭의 직업이었다. 극중 에릭이 맡은 도경 역은 음향감독이 직업으로, 이는 단순히 명함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고유의 성격도 담아냈다. 게다가 이 독특한 직업이 가진 개성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도 해냈다.

특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직업이 두드러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여기서는 음향감독이 하는 구체적인 일이 자세히 그려졌다. 음향효과를 녹음하기 위해 녹음 스튜디오 안에서 영상을 보며 소리를 만드는 폴리 작업부터, 현장 소리를 담는 엠비언스 작업 등을 상세하게 보여줬다. 이 드라마를 통해 방송가 음향감독들은 “내가 하는 직업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돼서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시청자들은 “음향감독이란 직업을 처음 알았는데 매력있다”며 드라마 흥행과 더불어 이 직업도 큰 화제가 됐다.

참신한 스토리로 주목받았던 OCN ‘38사기동대’ 역시 차별화할 수 있었던 큰 요소가 바로 주인공의 직업이다. 극 중 마동석은 세금을 체납한 집에 들어가 빨간 딱지를 붙이는 세금 징수 공무원을 맡았다. 그동안 다수 드라마에서 집이 망해 빨간 딱지를 붙이러 들어오는 사람들은 나왔지만, 이들이 주인공이 된 건 처음이었다.

[사진=OCN 방송화면 캡처]

해당 드라마의 제목은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별칭인 ‘38기동대’에서 따왔고, ‘38기동대’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38조에서 유래했다. 세금 징수 공무원이 희대의 사기꾼과 손을 잡고 악덕 체납자에게 사기를 쳐 세금을 징수하는 과정을 담았다. 체납자들의 세금을 징수한다는 권선징악이라는 측면에서 통쾌함을 주기도 했지만, 세금 징수 공무원이라는 이색 직업이 스토리 전개에 흥미를 더했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어떤 게 새로울까 항상 생각하지만 결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스토리 라인은 멜로나 장르 둘 중 하나로 크게 자리 잡기 때문에 변주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아무래도 직업적인 특성을 재밌게 살린 극이나 이색 직업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주인공에 더 눈이 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점점 재밌는 직업, 이색 직업, 사람들이 잘 모르는 직업, 그전에 알고 있었지만, 조연으로 등장하곤 했던 주변 인물들의 직업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신선함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