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반쪽국감’ 현실화, 與 “정의장 사퇴” 반발 속 野 “국감일정 2~3일 연장 논의”

[헤럴드경제=이슬기ㆍ장필수ㆍ유은수 기자]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참여할 수 없다”(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원회는 (정상적으로) 국감을 실시하겠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이 위원장인 상임위에도 모두 정시 출석해 착석하고 사회권을 요구하라”(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20대 국회 첫 국감이 헌정사상 초유의 파행 사태를 맞이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권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강행에 반발해 예정된 의사일정을 모두 ‘보이콧’하면서 부터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적다. 이미 국감 일정이 끝난 직후인 10월 25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예정된 터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실기할 수 없는 중대사다. “단독 국감을 불사하겠다”는 야당의 강경한 입장도 변수다. 정기국회 파행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박해묵 [email protected]]

26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의도 안팎의 이 같은 분위기를 절감한 듯 정기국회 파행 사태의 책임을 정 의장에게 넘기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회직원 누구도 나에게 (여야 지도부의 본회의 차수 변경) 협의를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국정감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무너진 의회민주주의 바로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정 의원은(새누리당은 지난 25일 정 의장을 의원으로 부르기로 결의했다) 명예롭게 물러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야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국감 파업’은 민생 파업이자 민생 포기 선언”이라며 “민생보다 권력이 앞장설 수 없고, 국민보다 정부가 위에 있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파업을 한다고 해도 우리라도 할 일을 하며 경제ㆍ안보ㆍ민생을 지키겠다”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이 개회 및 진행을 거부할 시 다수당 소속 간사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유사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의 사회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의 핵심인 김 장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에 예정대로 출석했다. 다만, 농해수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종시로 내려오지 않아 야당 의원들만이 질의를 이어갔다. 농해수위는 김영춘 더민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야당의 단독 국감이 가능하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 등 새누리당이 위원장석을 점유한 다른 상임위에서는 정상적인 정책ㆍ업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 의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새누리당을 설득한 뒤 국감에 들어오도록 일정을 2~3일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그러나 우 원내대표가 ‘이미 최고위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각 당에 돌아가 다시 협의를 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에도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는 아무런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래도 국회를 정상화할 의무나 나에게 있지 않느냐”며 깊은 고뇌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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