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영장까지…” 롯데그룹 충격… 일본인 전문경영인체제 현실화 우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병 처리 방향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던 검찰이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롯데그룹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던 기대가 무너져서다.

만약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은 더욱 큰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7월 형제간 분쟁을 거쳐 장악한 한ㆍ일 롯데 통합 경영권을 잃게 되고, 일본인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일본 롯데에 계열사 대표중심의 한국 롯데가 종속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경영권 어디로=롯데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신 회장의 구속으로 한ㆍ일 롯데의 ‘원톱(one top)’ 구심점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롯데그룹 내에서는 신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 사람이 마땅치 않다. 95세 고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달 말 한국 가정법원으로부터 후견인(법정대리인)이 지정될 만큼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고,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1월 8일 일본 홀딩스 주총을 통해 이사직에서 한 차례 해임된 바 있기 때문에 복귀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분 구조상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건 일본 롯데홀딩스. 이 곳의 대표이사는 현재 신동빈 회장이다. 일본 홀딩스 임원과 주주들이 신 회장의 대표직을 바로 뺏지 않고 향후 한국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려준다 해도 당분간 일본인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 경영 체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안으로 ‘집단 경영체제’가 고려될 수도 있다. 이재현 CJ 회장이 횡령ㆍ배임ㆍ탈세 혐의로 실형을 받고 병원에 머무는 동안 CJ가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이 참여한 그룹 경영위원회 등을 설치해 경영 공백을 메웠던 것과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현재 롯데에는 이인원 부회장 유고 이후 부회장급조차 남아있지 않은 데다, 본사(정책본부)와 계열사 주요 대표들도 모두 비자금 비리 등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 집단 경영체제를 꾸리기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영활동 올스톱 우려=신동빈 회장이 주도해온 인수ㆍ합병(M&A)과 상장 등을 통한 그룹 성장 전략도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최근 10여년간 대형 M&A를 성사시켜 롯데 그룹을 급성장시켜 왔다. 그 결과 최근 롯데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LG와의 격차를 크게 좁히며 재계 4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롯데 내부의 ‘M&A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2015년 5월까지 성공한 주요 M&A는 모두 35건에 이른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10월 삼성그룹의 화학 부문을 3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고, 앞서 같은 해 KT렌탈ㆍ뉴욕팰리스호텔 등 1조원 안팎의 M&A ‘대어’도 낚았다. 하지만 지난 6월 롯데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시작된 이후, 롯데의 M&A 행진은 완전히 멈춰섰다.

신 회장이 구속돼 경영상 주요 결정이 미뤄지면 ‘경영 위축’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지난 6월말 목표로 추진됐다가 검찰 수사와 함께 연기된 호텔롯데 상장 작업도 사실상 ‘무산’이나 다름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롯데 개혁’의 제1 과제로 선정하고 밀어붙였던 신 회장이 구속과 사법처리로 자리를 비울 경우, 한국 호텔롯데 지분 99%를 소유한 일본 홀딩스를 포함한 일본계 주주들이 자신들의 지분율과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장’을 재추진할 리 없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이 구속되면 ‘황제경영’으로 지적받던 구습을 벗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개혁 기회마저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정환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