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뚫고 중국 넘고…최태원 회장의 남다른 ‘네트워크’

2011년 방한때부터 각별한 인연
충칭시 당서기와 면담 협력논의
지난 5월 방한 쿠웨이트 총리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랫동안 공들여 구축했던 자신의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만리장성을 넘었던 최 회장이 최근엔 중동의 유력 인사들과 활발히 접촉하면서 중동시장 확대에 도전하고 있다.

2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4~25일 충칭시 글로벌 경제고문 자격으로 충칭시를 방문해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당서기를 두 차례,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을 세 차례 만나 협력을 다졌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겸하고 있는 쑨 당서기는 차기 상무위원과 중국의 차기 정치 리더로 유력히 거론되는 인물이라서 접촉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번 글로벌 경제고문 연례회에 참석한 30여개 해외기업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쑨 서기와 면담할 수 있었다. 이는 쑨 서기와 각별한 인연을 쌓은 덕분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당시 지린(吉林)성 당서기였던 쑨 서기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를 초대해 경제현안을 논의하면서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특히 그가 충칭시 당서기로 옮긴 뒤엔 ‘하이닉스 충칭공장’ 투자를 결정해 우애를 쌓았다. 쑨 당서기가 다른 글로벌 경제고문들과 만난 자리에서 “SK는 충칭시에게 친구 같은 기업”이라고 소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두번째)과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회위원장(맨 왼쪽)이 지난 24일 유엘라이(Yuelai) 국제 컨퍼런스 센터에서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당서기(오른쪽 두번째)와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을 만나 충칭시와 SK그룹간 상호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이자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인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당서기를, 5월에는 스타이펑(石泰峰) 장쑤성(江蘇省) 성장을 각각 만나 현안을 논의하면서 국내 기업인 가운데 최고의 중국 네트워크를 가졌다는 소문을 입증해 보였다.

최 회장의 중국 네트워크는 비즈니스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SK종합화학이 6년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의 합작 공장 설립숙제를 푼 것도 최 회장이다. 최 회장은 2012년 11월 왕티엔푸(王天普) 시노펙 총경리와 만나 총 투자비 3조3000억원 규모의 에틸렌 합작공장, 중한석화를 짓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의 한 인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DDㆍ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미묘해진 가운데 최 회장이 최근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현안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이전보다 다소 소원해졌지만 최 회장의 이같은 행보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SK의 중한석화와 같은 사업 성공 모델을 재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회장은 최근 중동의 글로벌 인사와도 네트워킹하면서 중동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서울을 찾은 자비르 무바라크 알사바 쿠웨이트 총리를 만나, 석유가스 및 에너지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심도있게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또 같은달 대통령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이란을 방문해 에너지와 정보통신 관련 정부부처 고위 인사들을 만나 자원개발과 정보통신, 도시 인프라 구축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민간기업의 경제외교가 국가와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진정성을 네트워킹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25일 충칭에서 열린 ‘제11회 글로벌 경제고문 연례회의’를 마친 뒤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임시정부 역사관과 주석 판공실, 한중 우호협력실 등 청사 내 전시시설을 30여분간 둘러봤다. 최 회장은 이어 청사를 직접 안내한 대학생 자원봉사자 이진섭(25ㆍ인천대 중어중문학과)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SK 관계자는 “충칭 임시정부는 충칭시의 오랜 관심과 지원으로 중국의 다른 항일 유적지에 비해 보존이 잘 돼 있다”면서 “충칭과의 교류협력이 산업 분야 이외에 어떤 방향으로 진정성 있게 진행돼야 할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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