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물량을 잡아라…팔 걷고 나선 현대상선

한진보유 선박 추려내기 작업
영업력 흡수 여부가 최대관건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진행중인 한진해운의 자산 인수를 추진한다. 선박과 같은 유형 자산은 물론 (법정관리 돌입 전)화주들과의 신뢰를 기반으로한 영업력 등 무형의 자산을 흡수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유형 자산과 달리 한진해운의 최대 강점이었던 영업력 등은 현대상선이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선박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진해운이 소화했던 물량을 현대상선이 흡수하려면 선대 확충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선대 확충을 위해 한진해운이 보유하거나 빌린 선박 중 경쟁력 있는 배를 추려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1만TEU 이상의 대형 선박이 우선 인수 대상으로, 한진해운은 1만3000 TEU급 10척, 1만 TEU급이 6척을 운영해왔다.

현대상선은 선대 확충 등 장기적인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경영 컨설팅은 AT커니로부터 받고 있으며 IT와 인사컨설팅은 각각 IBM과 국내 컨설팅업체가 진행한다. 컨설팅은 오는 11월 중순 완료될 예정으로 컨설팅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선박ㆍ인력ㆍ네트워크 가운데 현대상선이 인수해 시너지를 낼 만한 자산이 추려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사로 활약해온 한진해운의 무형 자산까지 흡수할 수 있느냐다. 업계에선 한진해운이 구축해온 네트워킹이나 영업력을 흡수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으로는 커버가 안 된다. 그동안 한진이 쌓아온 영업망을 현대가 가져가는게 아니라 상당 부분 공중분해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한진의 물량은 머스크나 MSC 등 해외 선사들이 뺏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영업력이라는게 단순히 돈의 문제, 기술적인 영역을 뛰어넘은 신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LG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진해운의 운임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한진과 화물 수송 계약을 맺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법정관리 전까지 한진해운은 선복량 규모로 세계 7위권의 글로벌 선사였다. 삼성, LG는 물론 나이키, 이케아, 소니, 르노, 월마트 등 120여개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진해운의 선박에 화물을 실어날랐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들의 이탈을 막는게 관건인데, 글로벌 화주들은 굳이 한국선사만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한진해운을 선호했던건 글로벌 선사로서 오랫동안 구축한 신뢰, 이름값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머스크나 MSC와 같은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노선의 강자였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한진의 물량을 흡수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머스크는 중국~부산~미주 노선을 확대 운영중이다.

한국~미국 노선은 운임도 2배로 뛰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한국~미국 노선 평균 운임이 2400달러(1TEU당)로 뛰었다. 지난 8월까지 평균 운임이 1203달러였지만 한진의 법정관리 이후 가격이 2배가 된 것. 현 상황에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수익을 올리는건 현대상선이 아닌 머스크나 MSC와 같은 대형선사, 다른 국적 선사들이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불과 한달도 채 안돼 한진이 수십년간 구축해온 화주들과의 신뢰는 무너졌고 네트워킹도 초토화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공백을 메운다고 해도 사실상 한진해운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긴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대형선사들 틈에서 현대상선이 한진의 물량을 흡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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