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1차 토론] 분노와 관록의 대결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1차 TV토론에서 ‘분노의 정치’를 펼쳤다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관록의 정치’를 펼쳤다. 이날 클린턴 후보는 기성정치인이자 엘리트로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현실적인 포용정책을 강조한 반면, 트럼프 후보는 기존 정권에 대한 분노를 강조하고 급진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는 이날 뉴욕 주 헴프스테드에서 열린 1차 토론에서 경제정책에서부터 핵비확산까지 여섯 가지 토론 주제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경제정책을 놓고 클린턴 후보는 부자증세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한 ‘분배의 경제’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트럼프 후보는 법인세 인하와 보호주의를 필두로 한 경제정책을 주창했다. 특히 클린턴은 첫 발언에서 15가지 정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등 공약중심적인 모습을 초반에 보였다. 반면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며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는 최악의 무역협정”이라며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 정치에서 30년 간 일해왔다. 30년 동안 일하면서 미국을 최악의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라고도 비판했다. 실질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오바마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자극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어 경제정책으로 법인세 인하를 내세웠다.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는 자신이 정점에 있는 ‘트리클 다운’(낙수) 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나머지 95%와 교역해야 한다”라며 트럼프의 감세정책을 “‘조작된 낙수효과’(trumped-up trickle-down)라고 부르겠다”라고 반박했다.
 

[사진=NBC방송 캡쳐]

인종차별 및 사회 질서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클린턴은 총기규제와 경찰재교육을 강조했다. 클린턴은 “시스템적인 인종차별과 암묵적인 차별이 존재한다”라며 “경찰들도 이를 인지하고 연방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투자와 재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법과 정의에 따라 강력한 폭력에 맞서야 한다”라며 “흑인 사회은 그동안 학대받았으며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이들을 이용했다”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놓고도 클린턴은 ‘관록의 정치’를 펼쳤고 트럼프는 ‘분노의 정치’를 펼쳤다. 클린턴은 자신의 국무장관 시절 경험을 살려 테러 격퇴에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그는 테러를 격퇴하기 위해 “동맹국가와 협력해야 한다”라며 “트럼프가 가장 무시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동맹국들이다. 나토 국가와 협력해야지만 테러를 격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무슬림국가에 대해 “우리가 IS를 격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계속 이들(무슬림 국가)을 악마화하는 발언을 늘어놓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또다시 ‘분노’로 응수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이 중동지역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IS의 탄생을 야기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을 힐러리가 국무장관이었을 때 일으켰다”라고 말했다. 또 나토에 대해서는 “나토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토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협력해 테러격퇴에 나서 줄때에만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라며 “나토 국가들이 조약에 따라 분담금을 합리적으로 지급하고 있지 않다. 나토 국가들이 대테러 작전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언급하는가하면 자신의 납세의혹에 대해 “내 지인은 15년 간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는데도 나는 받고 있다. 회계감사 중에는 납세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발언시간에 “틀렸다”, “아니다”라며 총 51차례 끼어드는가 하면 토론 중간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CNN방송과 ORC 여론조사기관이 이날 실시간 TV시청자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시청자의 62%는 클린턴 후보가 토론에서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를 통해 지지자를 바꿨다고 밝힌 시청자는 24%에 그쳤다.
 


미국 공화당의 홍보 및 전략자문을 전담하는 토마스 파트너스 기업을 운영하는 존 토마스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면모(presidential)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클린턴은 인간적인 면모(human)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NBC 방송의 니콜 월레스 정치평론가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계속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의 지지기반인 백인 노동자층들은 오바마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트럼프가 이날 선방했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CNN방송과 ORC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힐러리보다 선전했다고 밝힌 시청자는 2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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