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된 배우] 연기하다 연출한다…자라나는 ‘작품 욕심’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참 ‘다재다능’ 하다. 연기 색깔을 확실히 지닌 배우들은 점차 영화 연출로 발을 넓히고 있다. 외국에서는 대표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매튜 본, 브래들리 쿠퍼 등 많은 배우들이 이미 ‘명감독’이 되었거나,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연출자가 되고자 하는 의욕, 작품을 보는 능력을 활용”(정지욱 영화평론가)하는 것이 배우가 감독을 꿈꾸는 이유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나홀로 휴가’는 배우 조재현의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를 오가며 30년 동안의 내공을 지닌 조재현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고등학생 딸과 착실한 아내를 둔 중년의 평범한 가정이, 10년 전 사랑했던 한 여자를 잊지 못해 그녀를 스토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각본도 조재현이 직접 썼다. 주인공 역할에는 박혁권이 출연했다. 

[사진= ‘나홀로 휴가’ 시사회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조재현 감독 (리틀빅픽쳐스 제공)]

조재현은 그간 ‘나쁜 남자’, ‘파리의 한국남자’ 등 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했지만 스스로 독립영화 감독이 되어 본 것도 마찬가지로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독립영화의 ‘설움’, 다시 말해 멀티플렉스 스크린을 잡기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이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DMZ국제다큐영화제 간담회에서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극장들이 대작 아니면 상영관을 아예 열어주지 않는다”라며 “개봉관을 잡기가 너무나 힘들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배우 하정우 (헤럴드DB)]

지난 여름 ‘터널’로 또 한 번 흥행력을 입증한 배우 하정우는 벌써 연출작이 두 편이나 된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그는 세 번째 작품 ‘코리아타운’(가제)의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두 편의 연출경험이 영화 현장에서 주연배우로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손전등을 이용한 조명, 리액션을 받아야 하는 소품까지 직접 챙기면서 배우로서의 롤 이상으로 영화에 관여했다.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이 가능성을 많이 열어놓았기에 내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연출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시나리오가 완벽히 재밌어질 때까지 다듬을 생각”이라는 그는 어림잡아 2년 후에야 새 작품으로 관객을 찾을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드라마 ‘굿와이프’(tvN)에서 차가운 연기를 펼쳤던 유지태도 명실상부한 영화 감독이다. ‘나도 모르게’(2007), ‘초대’(2009), ‘마이 라띠마’(2012) 등 모든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을 직접 맡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를 연출한 이후 예전보다 현장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알게 돼 소모를 덜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만족스레 이야기했다.

그는 독립영화 상영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직접 연출까지 하기도 한다. 관객과 좋은 영화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욕심’에 제작까지 나선 배우도 있다. 올해 초 개봉한 ‘나를 잊지 말아요’에는 정우성이 배우와 제작자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후배인 이윤정 감독이 제작자를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좋은 시나리오를 가진 후배를 지원해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제작사 더블유팩토리까지 차렸다. 그는 당시 “배우는 감정에 치우쳐 연기해야 한다면 제작자로서는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동료 배우 이정재와 함께 차린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로 후배 배우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연기자로 영화에 참여하는 레벨, 그걸 통제하는 감독, 또 제작에까지 참여하는 레벨까지, 연기자의 의욕이 자연스레 나타나는 구조”라면서 “배우가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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