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맥락드라마 ‘W’이후를 대비해야한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얼마전 끝난 MBC 수목극 ‘W’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9.3%(닐슨코리아)였다. 예상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그 화제성을 수치로 따진다면 30%이상으로 봐야한다.

어떤 분야건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그에 대해 플러스 점수를 주게 마련이다. 너무도 뻔한 클리셰들로 넘쳐나는 드라마들의 제작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새롭기 때문에 낯선 드라마였던 ‘W’도 중간에 약간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창의적인 콘텐츠가 되려면 황당해질 수도 있다는 ‘예측불가능함’에 도전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격려해주고 싶었다.

차원이동으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던 ‘W’ 같은 창의적인 드라마가 나오면, 기존 작법에 충실한 드라마들이 올드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W’가 방송되던 기간동안 KBS에서 방송되던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렇게 느껴졌고, 사극의 기존 스타일을 크게 바꾼 길바닥 사극 ‘추노’의 등장으로 ‘동이’ 같은 사극이 다소 올드하게 느껴졌었다.

송재정 작가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새로운 맥락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무맥락 드라마일 수 있는 ‘W’를 쓸 수 있었을까? ‘W’를 쓰게 된 이유와 발상, 그리고 그 비결이 궁금했다. 이 궁긍증에 대한 해답을 송 작가에게서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대본을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공개할 만큼 시원한 송 작가의 명쾌하고 자유로운 논리와 감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W’는 웹툰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차원이동이 돋보였다. 자유분방함과 황당함 사이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보였던 그의 재주에 감탄할만했다. 송재정 작가는 “아이디어(상상력)는 어디서 얻는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송 작가는 “‘W’의 아이디어는 그림에서 시작됐다. 스페인 여행때 본 화가 고야의 고양이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어서 드라마에서는 만화로 설정했다“면서 “30여년 전에 봤던 그룹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만화속의 꽃미남이 만화를 보는 여자에게 튀어 나온다)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송 작가는 “나의 상상력은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 규제되지 않는 삶이었다. 그런데 내 조카를 보고 있으면, 학원에서 책을 읽고 있더라. 또 놀이를 하기 위해 어디를 가더라”면서 “내가 어릴 때는 이런 걸 모두 복합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송 작가는 “창의와 상상은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나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머리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술적으로 배워서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배우는 게 아니라 온 몸으로 체화돼야 한다. 나도 내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올 지 모른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상상은 티비를 보면서 일어나고, 어디서 아이디어를 모으는 식이 아니라, 미술을 보고 차원이동을 생각했다. 나는 미술을 좋아한 빠순이였다. 스페인에 가서 고야를 한번 더 봤다”면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고 잡다한 것을 봤는데, 이게 어느새 융합됐다. 시작은 어렵다. 무에서 시작하니까. 하지만 이게 되면 굉장히 재미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송 작가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느낄 수 있는 ‘백년동안의 고독’ 등을 보면 자유로운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이전에는 제작자 수용자 모두 논리적이었다. 영화 ‘버드맨‘을 보면 조금 더 자유롭다. 보는 사람은 생소하지만 이게 트렌트가 될 듯하다. 개인의 사고로 상황이 바뀌는 게 조금 더 유연해질 듯하다. ‘W’는 그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나도 영화 ‘살인의 추억’을 좋아한다. 지난 10년간 리얼리티를 중요시했다. 과학적인 논리가 중요했지만 이제 이걸 서서히 지겨워한다”면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같은 게 재미있어졌다. 개연성은 없지만 확 튀면서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송 작가는 “우리는 논리를 너무 많이 봤다. 설명을 안해도 납득한다. 그 다음은 시각적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삼각관계, 재벌이 나오면 설명을 안해도 다 안다. 건너뛰고, 생략했더니 호응도가 높더라. 이제 무맥락도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W’에서는 향이나 부적 같는 매개체가 없었다. 그래서 화면으로 보여주기가 힘들었지만, 이제 인지(자유의지)로 시청자들이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조금 힘들었겠다. 나는 납득이 잘됐지만, 나는 장애물이 없어 질주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지만 시청자들은 이 인지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면서 “내가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 인지의 차이다. 인지하는 순간 강철은 그 세계가 된다. 틀(세계)은 인간이 만들었다. 오성무가 피조물 강철에게 한 ‘너는 설정값이다. 아무 것도 아냐’라는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작업했을 때에는 대등한 세계를 본다”고 설명했다.

송 작가는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어떻게 만들어내지 라고 묻지만, 나는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본다”면서 “‘W’에서 차원이동을 많이 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서 특별한 상황, 가령 생사에 쫓기기도 하는 등 많은 걸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겪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송재정 작가의 거침없는 말들은 또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기자를 빨려들어가게 했다.

모든 드라마가 참신과 진부 사이에서 고민해 만들어진다. 새로운 시도에는 많은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좀 더 참신한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그런 드라마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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