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파업 첫날 ①] 지하철 대란 없었지만…“시민의 발 볼모” 불만폭주

-서울 지하철 양공사 노조 파업 돌입…출근길 불편 없어

-1~8호선 대체인력 투입…시민 “앞으로가 더 걱정”

-“노조 밥그릇 챙기기”-“성과급 도입 반대” 의견 팽팽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지금은 괜찮다고 하지만 파업 길어지면 피해는 지하철 이용하는 시민이 먼저 보잖아요? 가뜩이나 불안하고 불편한 지하철인데 시민과 안전 볼모로 파업 진행하는 건 이해할 수 없죠.”

“파업도 필요하면 해야죠. 정부가 지하철 공기업을 대상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안전을 저버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27일 서울 지하철 1~8호선 파업 첫날 출퇴근시간, 2호선 신도림역ㆍ대림역, 4호선 사당역, 7호선 총신대입구역 등을 둘러본 결과 열차는 시간표대로 평상시와 다름없이 운행되고 있었다. 오전 9시 이후에는 열차간격이 조금 벌어졌다.

[사진=지하철 파업 첫날, 우려하던 출근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당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타고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양대 노조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가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 오전 9시부터 본격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승객들은 불안한 기색부터 드러냈다. 하지만 정부가 공기업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의심을 품고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의견도 팽팽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근무 인원 4637명 중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36.6%에 해당하는 1685명이다. 1~4호선 대체인력은 7272명을 확보했으며 기관사는 퇴직자들이 중심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노조의 파업 시 필수유지인력 5181명(서울메트로 3232명, 도시철도공사 1949명)명과 퇴직자, 협력업체 직원, 서울시 직원 300여명을 역사에 배치한다. 지하철은 필수유지 공익사업자로, 파업시에도 일정 수준 이상 인력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기관사의 80% 수준이 잔류하도록 돼 있고 대체인력은 모두 기관사 면허 소지자로 당장 열차 운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이종기(29ㆍ프리랜서) 씨는 파업이 걱정돼 평소보다 10분 일찍 집에서 나왔지만 생각보다 큰 불편이 없어 한숨 돌렸다. 하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지하철 운행에 차질을 줄게 뻔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직장인 A(50) 씨 또한 “노조 밥그릇 싸움에 결국 힘들어지는 건 시민들”이라며 “교통대란이 심해지면서 또 지하철 사고가 일어날까봐 두렵다”고 전했다.

2ㆍ4호선 사당역에서 만난 직장인 B씨는 “사당역처럼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은 지하철 한 대만 빠져도 엄청난 혼란이 일지 않겠느냐”고 걱정어린 목소리를 냈다.

이번 지하철노조의 파업에 대해 옹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기업에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성과급 도입을 반대한다”며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철도ㆍ지하철을 비롯한 노동계는 성과를 평가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부가 성급하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분야를 민간기업처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역 근처 직장에 다닌다는 이모(43) 씨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때문에 서울 지하철이 파업하는 사실을 여기저기 붙어있는 포스터 보고 알았다”며 “(노동자가) 자기 목소리 내는거라고 생각해서 출퇴근이 힘들어진다해도 내 입장에선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대림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직장인 C(35)는 “지하철이 영업하는 일도 아닌데 성과연봉제를 어떻게 적용한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요즘 정치행태를 보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좀더 소통해주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윤(24) 씨는 “나도 노동자인데 파업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성과연봉제가 그렇게 좋다면 국회와 정부 부터 먼저 도입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하철 파업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출퇴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놓고 노사갈등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은 갈등만 키울 뿐이다”고 주장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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