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 후폭풍 ②] ‘구속=유죄’ 공식 깨진다…불구속 재판서 중형 받기도

-구속자 무죄 선고 비율 10년 사이 2배↑

-형사보상금으로 나간 돈 지난해에만 500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최근 주요 부패 사건에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이 재판에서는 오히려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구속이 곧 유죄’라는 공식이 깨지는 모습이다. 검ㆍ경이 무리하게 구속 수사를 했다가 역풍을 맞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 5만9986명 가운데 무죄를 선고받은 이는 192명으로, 무죄 비율은 0.3%에 그쳤다. 하지만 2014년에는 0.7%(2만8418명 가운데 192명)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10여년 사이 전체적인 구속 피고인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무죄 선고자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속 재판이 감소하는 이유는 법원이 원칙적으로 불구속재판을 하도록 규정하고, 영장실질심사 기준을 강화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3년 동안 검찰이 주도했던 주요 부정부패 사범 수사에서도 구속 사범이 오히려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논란이 커지는 흐름도 눈에 띈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통영함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황 전 총장은 통영함 장비 납품사업자 선정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소장)으로 재직하며 허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해 국가에 38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지난해 구속됐고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1, 2심은 “배임행위의 명백한 동기가 없고, 허위문서 작성을 공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역시 당시 황 전 총장 등 실무자들에게 평가보고서를 꾸며 방위사업청에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지난달 18일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사 청탁과 업체 선정 등의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1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영진 전 KT&G 사장의 경우에도 1심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법원은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던 직원들이 추가 수사를 받게 되자 궁박한 사정을 벗어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검찰은 “금품을 줬다는 진술이 법정에서도 유지됐는데도 무죄 선고가 나면 사실상 부정부패 수사가 불가능해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반대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오히려 중형을 선고받는 피고인의 사례도 증가해 시선을 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07년 3월 건설업자로부터 3차례에 걸쳐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기소됐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1심서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수사당국에 구속이 됐다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 사람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형사보상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형사보상금으로 나간 돈은 2000년대 매년 20억~60억원을 기록하다가 2009년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2014년 85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지급액은 지난해 509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최근 4년간 꾸준히 5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06년부터 10년간 총 지급액만 3027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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