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광장] 천하유도(天下有道)와 천하무도(天下無道)

내일 모레부터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이 시행된다.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과 그 배우자 등이 이법의 적용 대상이다. 세상을 도(道)와 덕(德)으로 이끌어야 할 도덕적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이 도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 도가 없는 세상이 되고 만다.

이 법의 발효 이전에 정부와 기업과 학교가 부정청탁을 부르는 잘못된 관행을 타파할 수 있도록, 모호한 행정적 기준이나 신뢰하기 어려운 법집행 요소를 찾아서 공개하고 혁파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었더라면 청탁문화를 바꾸는 발판이 되었을 것이다. 매우 아쉽다.

예를 들어 “대학 졸업반 학생이 졸업 전에 취업하여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교수에게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달라고 청탁하여 교수가 이를 받아들이면 이법에 의해 교수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해설이 나왔다. 졸업반 학생이 졸업 전에 취업한다면 학기가 끝난 후에 출근하도록 미리 정비를 한 다음에 이 법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 지금이라도 졸업학기말 시험이 끝나기 전에 출근하는 관행을 바꾸는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

도가 없는 세상은 약육강식의 시대이므로 각자도생이 살 길이다. 도가 없는 세상을 위정자가 방관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직무유기이다. 김영란법은 더 이상 도가 없어지는 세상이 되는 것을 막고 나아가 도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궁여지책에서 나온 법이다.

도가 있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덕을 닦기에 노력하고, 그 덕의 크기에 따라 걸맞은 일자리가 주어지거나 보상을 받으므로 굳이 부정하게 청탁을 하고 금품을 수수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도가 없는 세상에서는 권력이 있는 자는 권력으로, 금력이 있는 자는 금력으로, 끈이 있는 자는 끈으로 부정 청탁을 할 소지가 있다.

세상에 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인류가 풀어야 할 오랜 숙제이다. 맹자(孟子)는 이루장구(離婁章句) 상편에서 세상에 도가 없음을 개탄하였다. “천하유도(天下有道) 소덕역대덕(小德役大德) 소현역대현(小賢役大賢) 천하에 도가 있을 때에는 덕이 작은 자가 덕이 큰 자에게 사역을 당하고, 덜 어진 자가 더 어진 자에게 사역을 당한다. 천하무도(天下無道) 소역대(小役大) 약역강(弱役强) 천하에 도가 없을 때에는 힘이 작은 자가 힘이 큰 자에게 사역을 당하고, 약자가 강자에게 사역을 당한다. 사이자천야(斯二者天也)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 이 두 가지는 하늘과 같은 이치와 형세이니, 하늘을 따르는 자는 존재하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고 하였다.

약자가 강자에게 당하는 세상이 도가 없는 세상이라는 맹자의 말씀을 되새긴다면, 약자가 강자에게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면 도가 있는 세상이 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법을 집행하는 경찰과 검사와 판사의 노력만으로 약육강식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도가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가와 기업가가 나서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가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민원인들이 청탁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적 오류와 불필요한 규제가 무엇인지 찾아서 혁파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기업 활동을 위해 부정청탁을 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거하는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사회와 국가의 이익과 불일치하는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과 집단은 반사회적이고 반국가적이다. 기업은 회사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기업가치관 교육을, 정당은 정당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정당가치관 교육을 해야 도가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교육자는 도가 있는 세상을 만들 가치관을 스스로 실천하고 학습자를 교육해야 한다. 교육기관이 인간의 이익과 자연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인간가치관과 자연가치관 교육을 통해, 대덕(大德)과 대현(大賢)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야 도가 있는 세상을 이끌 수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