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정치]파행 국감의 아이러니…피감기관엔 ‘호재’(?)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나서 초유의 ‘반쪽 국감’이 진행되고 있다. 여야 갈등으로 인한 국감 파행이 피감기관엔 ‘호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확정된 국정감사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워, 국회의 ‘송곳 질타’를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거부하며 16개 상임위원회 중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인 8개 상임위의 국정감사가 ‘전면 중단’됐다. 실제로 26일 안전행정위원회 등 5개 상임위가 개의도 못하고 파행됐고, 27일에도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 국정감사가 무산될 전망이다.

[사진=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열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 국감’이 진행되고 있다.]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이렇게 파행된 국정감사는 어떻게 될까. 국회사무처와 상임위원회 관계자들은 초유의 사태를 두고 치열한 법리적 해석과 논의를 거치고 있다. 현재까지 중론은 지나간 국정감사 일정을 재개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각 상임위 별로 감사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도중에 여야가 극적으로 화해하더라도 이미 무산된 국정감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순 없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일단은 계획서 상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예정된 모든 피감기관의 감사를 완수하려면 전체적인 일정 조정이나 연장이 불가피한데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시간도 촉박하다. 현재 국정감사는 모두 20일 실시되는데, 연장하더라도 최대 30일 이내로 실시해야 하고 일정을 변경할 경우 감사실시 7일 전까지 피감기관에 통지해야 한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일정을 재조정하더라도 촉박한 시간 안에 준비가 미흡한 ‘맹탕 감사’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일정 조정에 여야 합의가 필수인 점도 걸림돌이다.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거부라는 ‘강수’는 정 의장 규탄 이면에 국정 주도권을 선점하고, 미르 재단 의혹,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한ㆍ일 위안부 합의 등 불리한 사안의 진상 규명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따라서 국회 정상화 이후에도 국정감사 일정 재조정에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매년 9월 국회의 호통과 질타 대상이 되는 피감기관들에게 여야 정쟁이 뜻밖에 ‘고역’을 피할 수 있어 호재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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