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안정적 기업승계 위해선 지분관리회사 활용해야”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독일의 대표기업인 BMW, 오토 그룹, 헹켈의 기업 승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분관리회사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독일 대기업 승계에서 지분관리회사의 역할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국내 대기업의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 독일과 같이 전략적 투자지주회사의 자유로운 설립, 법인 간 배당소득 이중과세방지 강화, 다양한 회사 형태 보장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BMW, 오토 그룹, 헹켈 등의 기업승계사례를 분석한 결과, 창업주 가문의 가족구성원과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지분관리회사(Beteiligunsgesellschaft)를 설립해 기업승계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 지분관리회사는 지분보유만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회사이지만, 어느 특정 기업그룹을 통제하는 일반적인 지주회사의 개념에 한정되지 않고, 기업승계, 전략적 지분투자, 지분투자 수익창출 등 기업지분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되는 전략적 투자지주회사를 의미한다.

BMW의 경우 지분을 상속받은 세 명의 상속자가 각각 BMW 지분을 관리할 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원활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미망인 요한나는 자신이 보유한 BMW지분 16.7%를 두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지 않고, 이 지분으로 “요한나 크반트 지분관리유한합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의 유한책임사원지분을 장기간에 걸쳐 두 자녀에게 증여함으로써 상속증여세를 크게 절감했다.

또 두 자녀도 각각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해 BMW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95% 비과세된 상태로 받아 이를 증여세 납부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지분 감소 없이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 세법상 법인 간 배당은 최종적으로 개인주주에게 배당될 때 개인주주 차원에서 과세가 이뤄져야 법인기업과 개인기업간 과세형평성이 실현된다고 보기 때문에 법인 간 배당에 대해 95%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5%를 과세에 포함시키는 이유는 배당소득의 원천과 규모 등과 같은 세무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유한합자회사란 우리나라엔 없는 회사형태로, 물적회사인 유한회사와 인적회사인 합자회사가 결합된 형태의 회사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합자회사의 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한책임사원과 유한책임사원으로 출자자가 구성되는데, 무한책임사원 출자자로 자연인이 아니라 유한회사가 참여하는 방식의 회사를 지칭한다.

독일 최초로 카탈로그통신판매 사업을 전개한 오토 그룹은 주력회사인 오토를 유한회사에서 유한합자회사로 변경하면서 유한책임사원으로 ‘오토 지분관리주식회사’, 무한책임사원으로 ‘오토 경영관리유한회사’를 둬 수익분배권(전자에 귀속)과 경영통제권(후자에 귀속)을 분리하는 등 원활한 기업승계를 실행했다.

또 지분관리회사의 소유주로 가족구성원들과 오토 재단이 공동 참여해 가족구성원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보장했다. 더불어 재단에 지분귀속을 통해 기업승계과정에서 세금을 절감하면서 공익적 활동을 조화롭게 추구했다.

한편 독일의 P&G라고 불리는 헹켈의 경우 5대에서 6대에 걸친 지분상속을 통해 현재 150여명의 자손이 지분을 직접 보유하거나 지분관리회사 설립을 통해 회사지분의 과반을 보유하고 있다. 후손들이 설립한 16개 지분관리회사는 총 16.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 회사들은 후손들이 모여 자신들의 지분을 모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지분풀링협약을 주도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독일의 지분관리회사는 독일 회사법상의 다양한 법적 형태 활용가능성, 지주회사관련 자율성 및 독일 세제상 혜택 등과 결합해 대기업 승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독일처럼 지분관리회사가 기업의 효율적 지배구조 및 원활한 승계과정에서 기여할 수 있도록 지분관리회사의 도입을 가로막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분관리회사의 주요 수입원천인 법인 간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방지는 독일처럼 지분율에 관계없이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지분관리회사의 다양한 법적형태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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