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해방의 날, 그리고 비만 ②] 복지와 방치 사이, 아동급식카드의 맹점

-아동급식카드 이용 절반 이상이 편의점行

-어른이 대신 이용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어

-도시락 배달 등 보완해 아동급식 지원해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부산에서 아동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자신이 맡은 아이들이 방학 동안 삼각김밥으로 배를 채웠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결식아동들에게 지원되는 아동급식카드인 ‘행복드림카드’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끼니당 4000원어치의 식사가 가능했지만, 아이들은 카드를 들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이들의 부모가 살림에 보태라며 편의점에서 꽁치 통조림이나 김치를 사오게 시켰기 때문이다. 정작 아이들은 점심때마다 남은 1000원 정도로 삼각김밥을 사먹을 수 밖에 없었다. A 씨는 “정작 4000원을 모두 쓰더라도 비싸진 식당 가격에 맞추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고 했다.

결식이 우려되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지원하고자 각급 지자체를 중심으로 아동급식카드 제도가 운용되고 있지만, 허점이 많고 지원 금액이 1끼당 4000원으로 제한돼 카드를 받고도 제대로 영양 섭취를 못 하는 아동이 많은 상황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결식우려 아동 급식 개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급식카드 주요 이용 장소로는 편의점이 57.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일반음식점(29.9%)과 제과점(12.4%)이 뒤를 이었다. [사진=헤럴드경제DB]

28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급식지원 아동 수는 35만109명으로, 아동급식카드 제도는 단체급식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아동 영양섭취를 지원하고자 실시됐다. 지자체가 별도의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1회 사용 한도를 4000원으로 지정해놓은 상태다. 분식집 식사조차 5000원까지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아이들은 편의점이나 빵집을 전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패스트푸드 과다 섭취로 오히려 비만에 걸리는 아이들도 많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결식우려 아동 급식 개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아동급식카드인 ‘꿈나무 카드’ 이용 아동의 60.2%는 지원 단가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아동급식카드 주요 이용 장소로는 편의점이 57.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일반음식점(29.9%)과 제과점(12.4%)이 뒤를 이었다. 아동급식카드를 지급받는 저소득층 아이 중 절반 이상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휴일이나 명절이 되면 음식점이나 도시락업체를 이용할 수 없어 아이들은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지난 추석 연휴동안 결식아동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명절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운영됐을 뿐, 공휴일이 되면 아이들은 여전히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다.

금액 뿐만 아니라 카드사용 제한도 허점이 많아 실제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동급식카드는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자 편의점에서 구매가 가능한 품목을 음식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통조림이나 반찬류, 일반 신선식품 등을 부모가 대신 사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동급식카드의 사용주체가 제한돼 있지 않아 성인이 대신 사용하더라도 현장에서 제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아동급식카드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자 각급 지자체에서는 단체급식, 도시락 배달 등 보완 사업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결하고 있다. 서울시는 아동급식카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7월부터 ‘꿈나무카드’의 이용한도를 5년 만에 1일 1만원(강남구는 1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또 도시락 배달 지원 사업을 병행해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꿈나무카드의 지원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방안을 급식카드만이 아닌 도시락 제공, 단체급식 등 다각화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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