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첫날 ③] “업무폭탄 불보듯 뻔해요”…법원 고개 ‘절래절래’

-법원, 과태료 부과 맡아 걱정 커져

-한동안 혼선 따른 업무 가중될 듯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28일 자정부터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첫 시행됐다. 잘못된 관행과 부정청탁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과태료 부과를 맡은 법원이 되레 ‘업무 폭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법원은 김영란법 과태료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김영란법에서는 법원을 법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기관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영란법 위반 행위를 발견한 시민이 해당 공공기관이나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 수사기관 중 한 곳에 서면으로 신고하면, 신고를 받은 기관은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이첩한다. 검찰은 수사 결과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거나 각 기관에 과태료 부과대상임을 통보한다. 형사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며, 과태료 사건의 경우 각 기관의 요청에 따라 법원이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투명사회로의 진화 계기가 됐지만, 법원은 한동안 혼선과 혼란에 따른 ‘업무 폭탄’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이 과정에서 재판수요가 폭증하면서 법원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는 공직자와 그 배우자를 합하면 400만명, 공직자에게 금품을 건넨 사람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전 국민에 해당한다. 게다가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수집하는 ‘란파라치’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절대적인 과태료 재판건수는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의 과태료 사건은 절대적인 재판 건수 외 질적인 측면에서도 법원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영란법의 경우 통상 과태료 재판보다 다툼의 여지가 큰 사건들이 주를 이뤄 법원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그간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했던 사건은 행정기관이 제출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각 기관이 내린 과태료 처분이 적법한지 따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영란법 과태료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이 ‘직무관련성’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놓고 다툴 여지가 크다. 법원이 사건의 경위와 당사자들의 관계 등을 파악해 다시 심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그럼에도 이같은 과태료 재판을 담당할 법원 내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각급 법원에서는 2~3명의 전담판사들이 과태료 부과 소송을 맡고 있다. 일례로 인천지법에서는 김영란법 과태료 부과 관련 소송을 전담판사 2명이 도맡아 처리하게 됐다. 인천지법은 “우선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사건 건수가 늘어나거나, 사건 내용이 너무 복잡한 것으로 드러나면 즉각적으로 과태료 재판을 겸임하는 방식으로 판사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만성적인 ‘재판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과태료 사건에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본안사건 접수(37만4855건)가 많은 축에 속했던 서울중앙지법의 판사는 1인당 한해 976건의 사건을 맡았다. 서울수원지법의 판사 역시 1인당 지난해 383건의 사건을 맡았다.

법원은 법 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 과태료 재판의 매뉴얼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법원 소속 과태료 재판 담당 법관들은 ‘과태료 재판 연구반’을 구성하고, 향후 재판 절차와 판단 기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 과태료 재판 연구반은 10월 초 논의결과를 종합해 과태료 재판 절차 관련 업무 매뉴얼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어제 70명 정도 법관이 모여 청탁방지 담당관을 정하는 회의를 했고, 앞으로는 재판이 들어올 경우 판단기준과 재판절차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사건 추이를 보며 대응할 것”이라며 “사건이 늘어날 경우 과태료 재판 담당하는 판사들을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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