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쑥대밭 범인 고라니…해외선 멸종위기‘귀하신 몸’

애써 가꾼 농경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한국에서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애물단지’ 고라니<사진>가 해외에선 멸종 위기 보호종으로 분류,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라니를 유해동물로 지정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잡식성인 고라니가 국토 약 70%가 산지인 우리나라 곳곳에 서식, 밤낮 없이 농경지를 습격하는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또한 이 같은 상황을 인식, 환경부가 정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ㆍ림ㆍ수산업 피해를 주는 고라니를 유해동물로 지정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라니로 인한 농작물 전국 피해규모는 20억5500만원으로, 2013년(26억400만원)과 2014년(23억900만원)에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피해액은 멧돼지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한다.


고라니가 국내 유해동물로 지정된 까닭에는 개체 수 조절에도 목적이 있다.

전세계 90% 집중돼 있다고 알려질만큼 한국ㆍ중국은 고라니 천국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고라니의 천적이 없어 그대로 두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농작물 등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에서 잡아들인 고라니를 10만3023마리로 추산했다. 2013년(5만433마리)과 비교하면 포획량은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농작물 피해 규모는 21.1% 밖에 줄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개체 수 조절이 없다면 무분별히 늘어나는 고라니 탓에 농경지 피해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 최대 환경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는 2008년부터 고라니를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 적색목록에 등재했다.

당시 IUCN은 “개체 수가 집중됐다고 알려진 중국에서도 고라니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며 지정이유를 전했다. 실제 중국은 고라니를 보호종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고라니 복원을 위한 구체적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물론 고라니에 의한 피해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무작정 총을 겨누며 죽이는 행위도 문제가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강문규 기자ㆍ이원율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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