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K스마일’ 현장을 가다] 스마일·컬처·힐링시티…‘섹시 베를린’의 얼굴

따뜻한 응대로 ‘감동의 베를린’ 이미지심고
예술인 적극 지원…곳곳 미학적 영감 가득
도심속 숲 시민·관광객 모두에 힐링쉼터로
친절·문화·자유의 매력도시만들기 주력
환대캠페인 ‘친구들을 사귈때’ 효과 톡톡

[베를린=함영훈 기자] ‘Sexy Berlin’(섹시한 베를린)

독일 통일후 베를린이 지난(至難)한 사회통합 과정을 거쳐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내세운 시(市) 거버넌스의 핵심 키워드는 ‘섹시’이다. 지구촌 사람들에게 각인된 냉철하고 이성적인 ‘독일병정’의 이미지를 벗고 보다 인간적이며 감동어린 구석이 많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이다.

베를린은 딱딱한 독일병정 이미지를 벗고 섹시한 도시로 변신중이다. 사진은 전승기념탑에서 내려다본 티어가르텐공원(왼쪽부터 시계방향),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베를린장벽.

매력도시를 만들겠다는 베를린의 구상은 친절, 문화예술, 시민과 관광객의 자유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2006 독일월드컵이 확정된 2000년부터 ‘독일병정’들은 변신을 꾀한다. 재단법인 한국방문위원회의 환대캠페인 ‘K스마일’과 비슷한 범국민 친절캠페인 ‘친구들을 사귈때(Die Wlet zu Gast bei Freunden)’가 시작된 것이다.

이 캠페인의 선봉대는 인터콘티넨탈, 아코르 등 호텔체인과 철도회사 도이체반, 베를린 테겔공항 등 항공운송 종사자들이었다. 유러피언 중 영국과 함께 미소에 인색한 독일인들의 안면근육을 ‘스마일’하게 펴는데 필요한 매뉴얼은 무려 80쪽에 달한다. 물론 미소 외에 손님맞이 인프라 개선 및 손님응대 요령이 포함돼 있다.

캠페인은 택시기사, 상인, 음식점, 관광가이드 등으로 확대된다. 역대 베를린 시장들이 “베를린은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며, 그렇기에 베를린 시민들은 포용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시민들의 캠페인 참여도를 높인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됐다.

‘Be Berlin’ (베를린에 동화되기)

월드컵이 끝난뒤 잠시 휴지기를 거쳐, 세계경제 침체기인 2009년에는 언어가 비슷한 독일 친화적인 나라부터 독일을 찾도록 유도함으로써 여행산업의 불황을 이겨나간다. 1차 타겟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이었다.

월드컵 미소캠페인과는 달리, 질적 개선이 추진된 배경에는 원로들의 자성이 있었다.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자연, 명승지의 멋진 분위기 같은 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환대 부분에서 영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자성론의 골자. ‘독일병정’ 표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은 단순하지만 일관된 것이었다. 어색해도 이방인에게 미소짓고 먼저 다가가는 것. 관광객이 길가에서 지도를 꺼내드는 순간, “어디를 찾으세요?”라고 먼저 물어봐주는 것도 시민행동 양식에 넣었을 정도로 실천 매뉴얼은 구체적이었다.

나아가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인기품목일수록 가격을 오히려 낮춰 부담을 줄이고 가성비를 높이는 거래제도 개선에 까지 손을 댔다. 이를테면, 치킨커리 하나와 바슈타이너 비어(beer)폼 파쓰를 합쳐 10유로 안팎에 먹을 수 있다.

‘참 편하고 친절해 손님들이 베를린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의탁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목표는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둔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시민들의 캠페인 인지도 70%라는 호응속에, 한 해 방문객 증가율 7.7% , 직접 경제효과 250억원의 성적표를 만들어낸 것이다.

‘섹시 베를린’의 핵심적인 실천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문화예술이다. ‘베를린 장벽’은 매우 중요한 관광자원이지만 재방문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베를린에 지구촌 손님들이 동화되고 재방문하고픈 마음이 들도록하는 핵심고리가 문화예술에 있다는 점을 시(市) 당국은 잘 알고 있었다.

문화예술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공표되자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예술공간 점유(Squat)’ 운동이 벌어진다. 우리 같았으면, ‘저 누울곳 자기가 찾아야지, 공짜타령이라니…’라고 배척할 수도 있었지만, 베를린 시 당국은 문화예술인들이 이런 요구를 적극 받아들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인과 관광벤처들의 창의활동 공간에 대해 적극적인 배려 정책을 펴고 있는데 베를린은 10여년전부터 파격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한 것이다. 지금 베를린이 “연간 강수량보다 박물관이 더 많은 도시”라는 기분좋은 별칭을 얻게된 배경이다. 베를린 시내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은 5000여개에 달한다.

바하, 베토벤, 브람스의 계보를 이으려는 신진음악가들이 포츠담광장 인근 베를린필 주변에 다시 모여들고, 패션, 라이프스타일, 산업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꿈을 찾아 베를린에 둥지를 틀었다. 베를린 인구의 10% 이상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고 이들의 만들어내는 경제가치는 베를린 총생산의 21%를 차지한다.

문화예술인들이 가꾸는 도시는 바닥의 보도블럭, 자전거 거치대, 온ㆍ오프라인 유저 인터페이스, 생활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예술미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베를린의 홍대 거리’인 하케셔 광장에는 카페, 레스토랑, 상점 등이 밀집돼 있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토론하는 젊은 예술가와 여가를 즐기려는 시민-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아울러, 도시 한복판 알짜배기 땅에 숲과 공원을 조성한 점은 큰 매력이다. 전승기념탑을 에워싸고 있는 티어가르텐공원과 전쟁용 공항을 개조한 남부의 템펠호프 공원은 ‘베를린의 산소탱크’로서 시민과 관광객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당장 대규모 도심 서울숲을 조성하기 어렵겠지만 우리도 나무-가로수-숲으로 이어지는 점-선-면의 녹색도시 전략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간다면 더욱 매력적인 곳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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