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의 강에 빠진 20대 국회

입법·국정감사 존재이유 망각
김재수 해임안에 여야 强對强
안보·구조조정 팽개치고 대치
국회의장은 조정은 커녕 갈등만
與 국감거부·대표는 단식중
김영우 국감출석 실력제지도


28일로 20대 국회 개원 122일째를 맞았지만, 통과 법안은 전무하고, 국정감사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되며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입법’과 ‘감사’라는 국회 고유의 권한과 의무, 곧 존재 이유를 망각한 국회의 도 넘은 ‘자기 부정’이다. 협상과 설득, 토론과 표결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절차를 내팽긴 채 집권 여당은 단식과 농성 등 물리력을 동원한 투쟁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야당은 다수의 힘을 앞세워 정부ㆍ여당을 몰아붙이고 있다. 야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고, 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서로 들어주지 않을 요구로 퇴로를 막은 것은 여나 야가 똑같다. 국회의장은 대치하는 여야를 중재하기는 커녕, 잇딴 ‘설화’로 스스로 갈등의 당사자가 됐다.

입법권력의 자기부정은 국감에서 극명하다. 26일부터 20대 국회 첫 국감 첫 사흘간 13개 상임위원회에서 26차례의 회의가 예정됐지만 12차례의 회의가 무산됐다. 정부 관료 등 증인들이 하염없이 여당 의원 출석을 기다리다 돌아갔다. 14차례의 회의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검찰 비리를 따져물을 법제사법위원회, 북한 핵실험 등 안보를 다룰 국방위원회, 국민 안전대책을 논의할 안전행정위원회, 구조조정ㆍ재정정책 등을 짚어야 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이 하나도 열리지 못했다.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현안이 없다. 


이같은 ‘반쪽 국감’은 여당의 ‘국감 보이콧’ 때문이다. 여당은 국감에 출석할 자당 소속 의원까지 막아서는 몰상식까지 보였다. 지난 27일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전쟁이 나도 국방위원회는 열려야 한다, 국감은 진행하는 게 의회민주주의”라며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당지도부와 중진 등이 위원장실로 몰려가 실력으로 제지했다. 안보와 국익보다 ‘당론’이 우선이었다. 우병우 민정수석, 미르ㆍK스포츠 재단 등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입닫고 있던 여당이다. 행정권력을 감시ㆍ견제하기보다는 엄호하기에 바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의 ‘국감 보이콧’ 발단은 정 의장과 야당의 밀어붙이기다. 정 의장은 지난 2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표해 여당 반발을 샀다. 여당이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지난 8월말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로 인한 교문위 파행과 이번의 국감까지 더하면 여당 퇴장과 불참으로 의사일정이 멈춰선 것만 벌써 세 차례다. 

이형석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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