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전 총리, 항소심서 무죄…이유는?(종합)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무총리 이완구(66·사진) 씨가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7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상주)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내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상 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재판에서, 성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 310조의 2항은 “법관의 면전에서 조사진술되지 않고, 피고인이 공격 방어할 수 있는 반대신문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지 않은 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진술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상태에서 그의 대화 내용 녹음 파일과 작성 메모 사본을 증거로 사용하려면 진술이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돼야 한다”면서 “성 전 회장의 진술 중 이 전 총리와 관련된 부분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신빙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이 생전 남긴 진술과 메모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이 자원비리 관련 수사를 받던 당시 이 전 총리에게 배신감이 컸던 만큼 이 전 총리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성 전회장의 진술처럼) 당시 항소심 판결을 앞둔 성 전 회장이 공개된 행사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수행비서로 하여금 쇼핑백을 들고 후보자실로 오게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금액의 구체성도 떨어진다고 봤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기춘-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2억원, 서병수 2억원’ 식으로 각 인물의 이름과 금액, 날짜가 쓰여져 있다. 다만 이 전 총리의 경우 오직 ‘이완구’라는 이름만 기재돼있다. 아울러 재판부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생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에 건넨 금액을 ‘한,한,한 3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전기사의 진술등 여타 증거들은 성 전회장의 진술을 보강하는 차원에 지나지 않아 이 전 총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지난해 자살한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여권 실세 정치인 8인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특별 수사팀을 꾸려 의혹을 수사했고, 리스트에 등장한 8인 가운데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24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과 메모,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모두 받아들여 이 전 총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이 전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항소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육성과 그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증거나 관련자들의 진술로 혐의가 입증된다”며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 전 총리는 선고가 끝난 뒤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것은 스스로 수천번 생각한 것이고 그만큼 결백하다는 의미였다”며 “앞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권의 무리한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성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지사는 지난 8일 법원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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