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묵직한 돌직구의 위력…쇼퍼드리븐카로는 아쉬워 ‘캐딜락 CT6’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캐딜락 CT6는 터보차저에 다운사이징 가솔린 엔진을 달고 나오는 신차들에 돌직구를 던지는 모델이다. 최신 신차들이 2.0리터 엔진에 터보차저로 양념을 칠 때 CT6는 3.6리터 그대로의 크기에 6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우직하게 나타났다. 마치 ‘원래 대형세단의 기본 정신은 이런 것이야’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그런 점에서 시속 100㎞ 미만으로만 가볍게 달렸다면 CT6를 완전히 경험했다고 보기 어렵다. 엔진회전수도 최대로 끝까지 올려보고 탁트인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봐야 진가를 맛볼 수 있다. 도심 위주로만 달리기엔 내재돼 있는 본능이 너무 뜨겁다. 


다행히 시승코스는 인천 영종도에서 파주 헤이리로 잡혀 있어 비교적 상당 부분이 고속 구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시동을 켜면 묵직한 엔진음부터 낮게 깔렸다. 가속페달을 밟고 저속으로 나아갈 때도 엔진이 결코 서두르지 않고 낮은 회전수에서 적당한 속도를 유지했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미국 세단 특유의 안정감이 있었다. 센터콘솔을 비교적 높게 올려 암레스트 기능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CT6의 매력은 고속구간에서 터졌다. 앞차가 거의 없이 시야가 탁 트였을 때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자 데시벨이 분명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는데도 최대로 억누르는 듯한 엔진음이 났다. 일부 모델의 경우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밑으로 깔리는 엔진음 상당 부분이 차체를 뚫고 실내까지 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CT6는 끝까지 절제된 엔진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고속에서도 대형세단을 타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토크와 출력의 성능은 단번에 느끼기 힘들다. 최대토크가 구현되는 회전구간은 5300rpm으로 최근 나오는 저회전 최대토크 모델에 비해서는 높다. 최대토크를 아무때나 맛볼 수 없도록 최적의 구간을 꽁꽁 숨기고 있다가 운전자가 작심하고 밟았을 때 터뜨리는 셈이다.

이에 CT6는 단번에 엔진의 회전력을 경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일정 회전까지 차를 데워 놓고 그 이후 추가로 회전을 더 가해야 진정한 가속성능을 체크할 수 있다. 단 5000rpm 이상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후반부 들어 가속성능을 뽐냈다. 전고는 1485㎜로 1500㎜ 미만이라 무게중심도 비교적 낮게 깔려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편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스케일이 큰 타입인 반면 세밀한 부분에선 정교함이 부족해 보였다. 차선이탈방지시스템이 있지만 심한 진동을 주거나 신호음을 내거나 강제로 스티어링 휠을 조정하는 등의 어시스트 기능은 약했다. 계기반에 조명 색깔만 달라지는 정도였다.

자체 내비게이션도 시인성이 떨어졌다. 볼륨 모델이 아님에도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수입차 내비게이션 특유의 불편함까지 해소하진 못했다. 지도의 정확성이 부족하고, 실시간 안내하는 응답성도 다소 느려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뒷자리에는 정면에 각각 1개의 모니터가 달려 있어 리모컨으로 조정할 수 있었는데 화질이 그리 선명하지 않았고, 리모컨으로 조작해도 인식률이 떨어져 몇번이나 버튼을 눌러야 했다. 레그룸은 넉넉한 편이었으나 시트의 푹신함은 다른 플래그십 세단에 비해 약했다. 이를 종합했을 때 CT6는 쇼퍼드리븐카보다는 오너드리븐카로서 장점이 더 돋보였다.

총 150㎞ 남짓 달린 결과 최종 연비는 8.5㎞/ℓ로 기록됐다. 공인연비는 8.2㎞/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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