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김영란법 클린정리⑧]국공립·사학재단 운영 병원,… ‘새치기 입원’하면 큰일나요

#. A 씨는 교통사고로 뼈가 부러져 국립대병원을 찾았다. 그는 응급치료를 받은 뒤 입원접수를 하러갔다. 원무과 직원은 접수가 밀려있어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입원할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마침 고향친구 B 씨가 원무과장 C 씨와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정도야 정(情)으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B 씨를 통해 입원 순서를 앞당겨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청탁을 받은 원무과장 C 씨는 접수 순서를 조작해 A 씨가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A 씨 사례처럼 속칭 ‘연줄’을 동원해 진료ㆍ입원 순서를 바꾸는 일은 관행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28일부터는 금품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립대병원 임직원에 진료 순서를 바꿔달라고 청탁한 A 씨와 이를 전달한 B 씨, 청탁을 받아들인 원무과장 C 씨는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 우선 제3자를 동원해 부정청탁을 한 A 씨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청탁을 전달한 제3자 B 씨는 공직자일 경우 3000만원 이하, 공직자가 아닐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된다. 청탁을 들어준 원무과장 C 씨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원무과장이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더라도 공직자에게 청탁을 시도한 A 씨와 B 씨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다만 이해당사자인 A 씨가 직접 원무과장에게 자신의 일을 청탁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이는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지만 A 씨는 과태료를 부과받지 않는다. 김영란법은 이해당사자가 직접 자신을 위해 하는 부정청탁을 과태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는 법 시행으로 이해당사자가 정당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며 “다만 공직자가 자신을 위해 청탁을 했다면 의무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입원이나 진료청탁과 관련해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국ㆍ공립병원이나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한정된다.

가령 A 씨가 서울대병원과 같은 국공립병원 임직원에게 진료순서를 바꿔달라고 청탁했다면 이는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사립대학 부설병원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임직원에게 부정청탁을 한 경우도 김영란법에 어긋난다. 반면 A 씨가 민간 재단이 설립한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임직원에 부정청탁을 했다면 김영란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다만 A 씨가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동시에 협력대학인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의사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면 김영란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청탁을 받은 이가 교수와 민간병원 의사의 이중신분을 갖는 경우 어떤 신분과 관련해 청탁을 받았는지 따져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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