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동물 보고서①]까치 9149마리 vs 비둘기 0…‘서울시 상징 새’의 굴욕

-서울시 최근 5년간 ‘유해동물 포획 현황’…85%가 까치

-전력ㆍ항공기 등에 큰 피해…환경부 포획수량 제한 없어

-농산물 피해도 커…지난해 전국적 15억8800만원 피해

-동물보호단체 “무조건 포획보다 비둘기처럼 공존 모색을”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옛날부터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吉鳥)의 대표 새이자 서울의 상징 새인 까치가 해마다 서울시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유해 야생동물’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잡힌 유해동물 10마리 중 8~9마리가 까치일 정도였다.

28일 서울시의 ‘유해 야생동물 포획현황’을 보면 까치는 2011년 1556마리, 2012년 2068마리, 2013년 1863마리, 2014년 2314마리, 2015년 1348마리 등 최근 5년간 총 9149마리가 잡혔다. 이는 이 기간 포획된 전체 유해 야생동물 1만728마리의 85.2%에 해당한다.

까치 다음으로 많이 잡힌 유해 야생동물은 백로류(1537마리), 오리류(45마리) 등의 순이다. 멧돼지는 지난해 45마리를 포함해 5년간 87마리가 잡혔다. 같은 유해동물 집비둘기는 5년간 서울시내에서 포획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

[사진=우리나라와 서울을 대표하는 새이자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알려진 까치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유해 야생동물’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까치는 지난 5년간 9149마리가 포획되면서 서울시내에서 잡힌 전체 유해동물의 85%를 차지했다.]

서울시 홈페이지를 보면 서울을 상징하는 새로 까치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까치는 전래설화에서 사랑의 다리를 놓아주거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등장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까치는 1964년 나라새뽑기 공모에서 압도적 다수로 나라새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까치는 전봇대 위에 둥지를 지으면서 자주 전선을 합선시켜 정전 사고를 일으키고 김포공항 주변에선 항공기의 운항에 지장을 주면서 안전사고를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까치는 천적이 사실상 없고 강인한 번식력으로 인해 해가 거듭할수록 그 폐해를 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유해야생동물 포획허가 기준에 따르면 다른 유해동물은 피해 정도와 서식실태 등을 감안해 포획수량을 조절하지만 까치는 제한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까치는 항공과 전력시설에서 큰 손실과 위험을 유발한다”며 “포획건수가 비둘기 등 다른 조류보다 까치가 많은 건 그 개체수와 더불어 까치의 습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포공항이 위치한 강서구 등 특정지역에서 포획요청이 집중적으로 들어온다”며 “까치에 대해 자치구 등에서 포획 허가가 떨어지면 총기류로 다 사살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여기에다 까치로 인해 발생되는 농작물 피해도 엄청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해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106억7200원에 달한 가운데 많은 피해를 주는 유해동물로 까치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까치는 지난해 15억8800만원의 피해를 입혔다. 멧돼지가 47억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고라니가 20억5500만원으로 그 다음이었다. 까치로 입은 농작물 피해는 오리류(3억5300만원), 꿩(3억원), 멧비둘기ㆍ참새 등이 포함된 기타(15억3700만원)보다 많았다.

경기도로 한정시키면 까치 최고는 골칫거리였다. 지난해 경기도 지역 유해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 24억200만원 중 까치가 5억5100만원으로 멧돼지(5억2700만원)와 고라니(5억1600만원)를 제치고 가장 많이 피해를 준 유해동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까치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해서 무조건 잡아 없애는 일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생태계 보전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무조건적 유해동물로 지정했으니 포획해서 죽여도 된다는 건 너무 이기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환 간사는 “예를 들어 유해동물인 비둘기도 포획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고민을 한다”며 “같이 살아가는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이 까치에게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단은 공존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까치가 단순히 유해하다는 기준은 인간 편의적인 발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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