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단식’ 리더십 기로…퇴로 끊은 강수에 與도 균열 조짐, 국민여론도 부담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무기한 단식’으로 새누리당의 대야 강경 대응을 이끌고 있는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이 기로에 섰다.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당론을 거스르고 해당 상임위의 국정감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다. 이를 계기로 당 지도부의 퇴로 없는 강경방침에 대한 이견이 조금씩 불거져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 대표의 단식, 의원들의 릴레이 1인 시위 및 농성, 국감 거부 등 3가지로 요약되는 대야 강경 노선 중의 한 축이 김 국방위원장의 국감 강행 뜻으로 일단 무너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 앞에서 피켓을 든 채 의원총회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새누리당 지도부의 강경투쟁에 대한 국민 여론도 과히 좋지만은 않다. 민생 및 정치 현안이 산적한데 단식 및 농성 등 극한 대치를 이어가며 국감을 거부하는 명분이 국민들에게 크게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수적으로 우세하지만 국정 운영의 키를 쥔 것은 집권 여당인데, 스스로 국감을 거부한 초유의 상황도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원인이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을 둘러싼 각종 부당행위 및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청와대를 엄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영우 국방 위원장은 27일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와 언론에 국방위 국감 참석 및 강행의 뜻을 밝혔다. 정오에는 기자회견도 예정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예정 시각 전부터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있던 국방위원장실에 김무성 전 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김성태 의원 등이 잇따라 방문해 김 국방위원장을 설득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기자회견은 커녕 3시간 넘게 국방위원장실을 나오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오후 야당 의원들만 지키던 국방위원회가 산회되고 나서야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장실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국방위원장은 당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의 만류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국방위원회가 열려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국감 진행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영우 의원 뿐 아니라 당 안팎에선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강경 방침에 이견을 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치 정국의 발단이 된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도 김 장관이 미리 자진사퇴했으면 야당에 빌미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과 당 차원의 농성 등 당 지도부가 너무 일찍 퇴로를 끊고 극한 투쟁 방식으로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기류도 있다.

새누리당은 하루 두번의 의원총회 등으로 대야 투쟁 의지와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27일 오후엔 국회 의안과에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과 ‘징계안’을 공식 제출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한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27일 오후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 당론에 맞서 국감 출석의사를 밝힌 김영우(새누리당) 국회 국방위원장이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사실상 국방위원장실에서 감금 당했다가 상황이 마무리 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6.9.27/헤럴드경제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문제는 강경 투쟁과 국회 파행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 의장이나 대치 정국의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에선 이정현 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야 협상 및 출구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당내 이견과 균열이 더욱 불거지고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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